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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는 열심히보다 ‘이렇게’ 해야 합니다

나는 칫솔을 쥐는 법부터 다시 배웠다

by 헬스코어데일리

아침마다 거울 앞에 선다. 잠기운이 가시지 않은 눈으로 칫솔을 든다. 치약을 짜고, 몇 번 가볍게 털 듯 흔들어 물을 묻힌다.


그 동작은 어릴 적부터 배운 익숙한 리듬처럼 내 몸에 남아 있었다. 하루 세 번, 식후엔 꼭 해야 한다는 믿음. 그래야 입 냄새가 나지 않고, 충치도 없을 거라고.


그런데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sdfsdfd.jpg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헬스코어데일리

어느 날, 잇몸에서 피가 났다. 특별히 딱딱한 걸 씹은 것도 아닌데, 칫솔에 붉은 흔적이 묻었다. 양치를 대충 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꼼꼼하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날 이후 거울 앞에 서는 시간이 조금 달라졌다.


나는 그동안 양치를 너무 ‘열심히’ 하고 있었던 것이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커피 잔을 내려놓자마자 바로 칫솔을 들었다. 입안이 산성으로 바뀐 상태에서 이를 닦으면, 치아 표면이 약해진 채 마찰을 받는다. 나는 그걸 몰랐다. 깨끗하게 닦는 게 좋은 줄만 알았다.


그래서 요즘은 식사 후 바로 칫솔을 들지 않는다. 먼저 물 한 잔으로 입을 헹구고, 30분 정도 천천히 기다린다. 그게 나에겐 작은 인내이자, 치아에 대한 배려가 되었다.


칫솔을 잡는 손에도 힘을 뺐다. 예전엔 뿌리까지 박박 문질러야 닦인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쓸어내리듯이 가볍게 움직인다. 치아는 생각보다 단단하면서도, 놀랍게도 연약하다.


잇몸이 시렸던 날들이 떠오른다. 그건 찬 바람 때문도, 단단한 얼음 때문도 아니었다. 내 손목의 강박 때문이었다.


양치 시간도 다시 생각해본다. 짧으면 찜찜하고, 길면 입안이 따갑다. 적당한 시간은 2~3분. 그 안에서 입안을 네 구역으로 나누고, 차례차례 시간을 쓴다. 그렇게 하면 앞니에만 집착하지 않게 된다.


무엇보다, 칫솔이 문제였다.


물기 머금은 채 욕실 구석에 세워둔 칫솔. 그 작은 솔 사이에 세균이 얼마나 자리를 잡고 있었는지 생각하면, 문득 기분이 묘해진다. 나는 매일 입을 씻는 도구로, 입 안을 더럽히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요즘은 칫솔을 자주 바꾼다. 두 달이 지나면, 미련 없이 새 것으로 교체한다. 때때로는 칫솔을 끓는 물에 담가둔다. 커피컵에 물을 붓고 전자레인지에 데운 뒤, 칫솔모를 몇 분간 담그는 정도.


그 짧은 시간이, 어쩐지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가끔은 구강청결제에 담가두기도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놔두는 것보다야, 뭔가 하고 있다는 안도감이 있다.


혹은 과산화수소를 쓴다. 약국에서 몇 백 원에 살 수 있는 3%짜리 작은 병. 컵에 따라 붓고, 칫솔을 담가두면 살균 효과가 있다고 했다. 뚜껑을 조심히 닫고, 그 병은 욕실 아래 서늘한 서랍에 넣어둔다. 열에도 약하고, 빛에도 민감하다니까.


그 작은 병 하나가, 내가 나를 조금 더 신경 쓴다는 기분을 준다.


예전엔 몰랐다. 양치는 그냥 하루를 시작하는 습관일 뿐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같은 동작도 마음가짐이 다르면, 결과도 다르다는 걸.


나는 여전히 하루 세 번 이를 닦는다. 하지만 이제는 서두르지 않고, 세게 문지르지도 않는다.


거울 앞에 선 그 시간, 나는 나에게 말하듯 속삭인다.

“잘 닦는 것보다, 다치지 않게 닦는 게 먼저야.”


그리고 물을 틀고, 조용히 입을 헹군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나를 덜 상하게 하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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