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가장 덜 배고픈 시간을 선택했다
물 한 잔으로 시작한 아침이었다.
부엌 창 너머로 햇살이 스며들었고, 나는 그 빛을 따라 천천히 냉장고 문을 열었다.
아무것도 꺼내지 않은 채 잠시 멈췄다.
배는 고팠지만, 이상하게도 그 허기마저 편안했다.
며칠 전만 해도 아침을 걸러본 적이 없었다.
하루 세 끼를 꼭 챙겨 먹어야 마음이 놓였다.
공복은 곧 무기력함과 연결된다고 믿었으니까.
그런데 요즘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식탁 위에 놓인 접시 수보다, 그 안에 담기는 시간을 더 생각하게 된다.
이효리가 한 방송에서 이야기한 걸 들은 적 있다.
아침을 먹지 않은 지 15년이 넘었다고 했다.
대신 하루 두 끼, 오후 6시 이전에 식사를 끝낸다고 한다.
야식도 없고, 늦은 간식도 없다.
제주살이와 함께 굳어진 방식이라고 했다.
밤늦게 배달 음식이 불가능한 환경, 불을 밝히지 않는 거리에선
스스로 요리를 하고, 시간을 조율하는 일이 당연해졌다.
그가 말한 방식은 ‘16:8 간헐적 단식’이었다.
하루 중 8시간 안에 식사를 마치고, 나머지 16시간은 공복 상태로 지낸다.
낮 12시에 첫 끼를 먹고, 오후 8시 이전에 마지막 식사를 한다면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식사 사이에는 오직 물, 또는 칼로리 없는 음료만 허락된다.
이런 생활을 이어가려면, 음식도 신경 써야 한다.
공복 뒤 찾아오는 첫 식사에서 혈당이 급격히 오르지 않도록,
귀리나 고구마 같은 곡물을 천천히 씹는 것이 좋다.
닭가슴살이나 달걀, 생선처럼 단백질이 풍부한 식재료는 허기를 진정시킨다.
아보카도, 견과류, 올리브오일처럼 부드러운 지방은
먹는 이의 기분까지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도 곁들이면 더 오래 든든함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흰빵, 과자, 튀김 같은 음식은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
빠르게 에너지를 올려주는 대신, 다시 허기를 부르기 때문이다.
단식 시간 동안엔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기본이다.
때로는 블랙커피나 허브차 한 잔이 입을 심심하지 않게 도와준다.
처음부터 긴 공복을 유지하려 하면 어렵다.
12시간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시간을 늘려가는 방식이 더 오래간다.
하루 중 가장 필요 없는 끼니 하나를 덜어내는 것으로 충분하다.
예를 들어, 저녁을 일찍 마치고 잠자리에 든다면
수면 시간까지 포함해 절반은 자연스럽게 공복으로 유지된다.
운동을 함께 하는 것도 좋다.
이효리는 요가를 오랫동안 해왔다.
식사 후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피로감은 줄고, 에너지는 더 길게 이어진다.
무언가를 줄인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무언가를 지키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주 작은 선택 하나가 매일 반복된다면,
그건 제법 힘 있는 움직임이 된다.
오늘도 아침은 건너뛰었다.
허기를 견디는 대신, 허기를 느끼는 중이다.
배가 고프다는 건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고,
나는 지금 그 감각을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