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계보다 솔직한 건 거울 속 내 모습
어느 날 아침, 무심코 화장실 거울 앞에 섰다. 샤워 후 김이 서린 거울을 손바닥으로 닦아내자, 어색하게 굳은 표정의 내가 나를 보고 있었다. 몸에 손을 얹어보기도 하고, 등을 돌려 살짝 측면을 확인해보기도 했다. 문득 드는 생각 하나. ‘요즘, 내가 나를 제대로 보고 있긴 했나?’
여름이 시작되면 어김없이 다이어트를 떠올린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나들고, 반팔 티셔츠 하나로도 땀이 흐르기 시작할 무렵, 사람들은 슬그머니 체중계에 오른다. 단추가 조금 조여지거나, 거울 속 옷맵시가 기대에 못 미치면 마음속에서 다이어트 경보가 울린다. 그러나 매번 실패했던 이유가 단지 의지 부족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걸 이제는 안다. 어쩌면 다이어트를 대하는 태도, 즉 ‘습관’이 잘못됐던 건 아닐까.
그 시작은 단순히 ‘거울을 보는 습관’에서 비롯될 수 있다. 눈으로 보는 몸, 일명 ‘눈바디’는 체중계 숫자보다 더 직접적이다. 숫자는 잔인하고 즉각적이지만, 눈으로 보는 몸은 조금씩 변화하는 선과 굴곡을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해준다. 전문가들은 이걸 ‘행동수정요법’이라 부른다. 시각적인 자극이 마음속 결심을 붙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한 연구에서는 다이어트 참가자들에게 매주 전신 사진을 찍게 했다. 낯선 각도에서 나를 바라보는 일은 낯설고 불편했겠지만, 4개월 뒤 이들 중 70% 이상이 목표 체중에 도달했다. 누군가는 사진 한 장에서, 누군가는 거울 속 자신에게서 다이어트를 이어갈 이유를 찾은 셈이다.
다이어트를 오래 지속하기 위해선, 식사의 순서도 중요하다. 배가 고플 땐 본능적으로 기름진 것, 달달한 것에 손이 간다. 하지만 채소를 먼저 먹는 습관만으로도 놀라울 만큼 식욕이 조절된다. 당근채 한 젓가락, 오이 몇 조각이 위장을 먼저 채워주면, 그 다음 접시는 자연스레 절제된다. 씹는 데 시간이 걸리고, 천천히 소화되는 이 채소들은 마치 다이어트의 방어막 같다.
배고픔을 느끼는 즉시 뭔가를 먹기보단, 잠시 멈추는 연습도 도움이 된다. 20분 정도 시간을 두고 물을 마시거나, 그냥 가볍게 산책을 해도 좋다. 많은 사람들이 갈증을 허기와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원래는 배고프지 않았는데도, 무심코 과자를 집어 들게 되는 것이다.
음식의 ‘질감’과 ‘부피’도 무시할 수 없다. 부드럽고 쉽게 녹는 음식은 대체로 열량이 높고, 금방 배가 꺼진다. 반면 아삭한 채소, 수분이 많은 과일, 통곡물 같은 음식은 포만감을 오래 지속시킨다. 칼로리가 아닌 ‘채워지는 감각’이 중심이 되는 식사. 다이어트는 절제보다 만족의 방식으로 접근해야 오래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펜실베니아에서 진행된 실험에 따르면,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할 때 활동량은 눈에 띄게 늘었다. 매일 만보기를 공유하며 걷기 목표를 설정한 그룹은 단순히 혼자 걷는 이들보다 평균 2000보 이상 더 걸었다. ‘너도 했으니 나도 해야지’라는 비교심은 생각보다 강력한 추진력이 된다. 가끔은 가장 가까운 사람이 최고의 트레이너가 되기도 한다.
결국 다이어트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거창한 목표도, 극단적인 계획도 필요 없다. 다만 아주 사소한 습관 몇 가지가 필요할 뿐이다. 매일 나를 마주하는 거울 앞 3분, 식탁 위에서 먼저 집어드는 채소 한 젓가락, ‘지금 말고 조금 이따 먹자’는 작은 멈춤, 그리고 함께 걷는 친구 하나.
어느 날은 그런 날이 있었다. 달라진 옷맵시가 느껴졌고, 거울 앞에서 한 번쯤 미소를 지어보게 되는 날. 아주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달라진 나를 느끼는 날. 다이어트는 사실, 그런 날들을 조금씩 모으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날 아침, 거울 속 나를 다시 바라봤다. 여전히 낯설고, 여전히 서툴지만, 분명히 어제보다는 단단해진 얼굴이었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다시, 나를 본다. 조용히. 묵묵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