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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빨래는 왜 늘 실패하는 걸까

냄새는 옷이 아니라 습기에서 시작된다

by 헬스코어데일리

비 오는 밤이었다.

창밖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고, 베란다에는 아침에 널어둔 빨래가 그대로 매달려 있었다.

123123123.jpg 빨래 건조대에 세탁물을 널어 놓은 모습. / 헬스코어데일리

문을 열자, 눅눅한 공기 사이로 희미한 쉰내가 코끝을 스쳤다.

하얀 셔츠 하나를 들었다.

표백제 냄새도, 햇볕 냄새도 아닌, 무언가 오래된 듯한 냄새.


빨래는 분명 아침에 했다.

세제도 바꾸었고, 헹굼도 두 번 돌렸다.

그런데도 이런 냄새가 날 수 있다는 게 조금은 억울했다.

생각해보니, 날씨가 문제였다.


햇살은 부족했고, 바람은 없었다.

창문을 열어놨지만, 그 안에는 습기만 가득했다.

에어컨을 켠 실내는 건조하지도, 시원하지도 않았다.


그날 이후, 나는 빨래를 다르게 대하게 되었다.


젖은 옷은 오래 생각하면 안 된다


운동복은 돌아오자마자 벗어서 세탁기에 넣는다.

아이의 젖은 수건은 욕실 바닥에 오래 두지 않는다.

조금만 방심하면 냄새는 옷감 안에 먼저 들어앉는다.


젖은 상태로 두는 몇 시간,

그 사이에 세균은 자리를 잡고, 그 냄새는 아무리 다시 빨아도 잘 빠지지 않는다.

특히 수건은 민감하다.

두세 번 쓰고도 괜찮겠지 했다가 욕실에 퍼지는 냄새로 다시 후회한다.


그럴 바엔, 그냥 자주 갈아쓰는 게 마음 편하다.


세탁기의 냄새가 옷으로 옮겨온다


빨래를 꺼낸 후, 세탁기 문을 열어놓는 건 요즘의 습관이다.

세제 투입구도 함께 연다.

그 안에 남아 있는 수분과 잔여 세제가 냄새를 만든다는 걸 이제는 안다.


한 달에 한 번은 세탁조 클리너를 쓴다.

시간이 없을 땐, 끓는 물을 부어 헹굼만 돌려도 찝찝함은 조금 가신다.


옷이 문제가 아니라, 세탁기에서 시작된 냄새가 더 많다는 걸 체감하게 된다.


냄새는 건조에서 결정된다


세탁은 끝났고, 문제는 그다음이다.

빨래를 언제, 어디에, 어떻게 말릴 것인가.


가장 나쁜 선택은 저녁이다.

밤에 널어둔 빨래는 해를 받지 못하고, 바람도 없고, 습기만 머금는다.

그리고 그 습기는 곧 쉰내가 된다.


그래서 요즘은 무조건 아침이다.

해가 뜨기 전 세탁을 돌리고, 햇빛이 가장 센 시간에 널어둔다.

실내에서는 선풍기 방향을 옷 쪽으로, 제습기는 바닥으로.


하루 안에 마르지 않으면, 다시 빨래를 해야 할 때도 있다.

조금 과한가 싶어도, 냄새 한 번 맡으면 이해가 간다.


빨래 냄새는 시간의 문제였다


처음엔 세제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가루형, 액체형, 캡슐형, 유연제까지 바꿨지만 냄새는 남았다.


결국 중요한 건 타이밍이었다.

젖자마자 처리하고, 세탁이 끝나면 바로 건조하고, 그 건조가 충분히 되도록 돕는 일.

시간을 놓치면 냄새가 남고, 그 냄새는 하루를 망친다.


요즘은 세탁기 알람을 맞춘다.

설거지를 하다가, 글을 쓰다가, 빨래 알람이 울리면 곧장 일어난다.


그저 기분 좋은 옷을 입고 싶어서.

냄새 하나 없이 뽀송한 셔츠를 입는 것만으로도

이 더운 여름을 조금은 가볍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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