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는 옷이 아니라 습기에서 시작된다
비 오는 밤이었다.
창밖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고, 베란다에는 아침에 널어둔 빨래가 그대로 매달려 있었다.
문을 열자, 눅눅한 공기 사이로 희미한 쉰내가 코끝을 스쳤다.
하얀 셔츠 하나를 들었다.
표백제 냄새도, 햇볕 냄새도 아닌, 무언가 오래된 듯한 냄새.
빨래는 분명 아침에 했다.
세제도 바꾸었고, 헹굼도 두 번 돌렸다.
그런데도 이런 냄새가 날 수 있다는 게 조금은 억울했다.
생각해보니, 날씨가 문제였다.
햇살은 부족했고, 바람은 없었다.
창문을 열어놨지만, 그 안에는 습기만 가득했다.
에어컨을 켠 실내는 건조하지도, 시원하지도 않았다.
그날 이후, 나는 빨래를 다르게 대하게 되었다.
운동복은 돌아오자마자 벗어서 세탁기에 넣는다.
아이의 젖은 수건은 욕실 바닥에 오래 두지 않는다.
조금만 방심하면 냄새는 옷감 안에 먼저 들어앉는다.
젖은 상태로 두는 몇 시간,
그 사이에 세균은 자리를 잡고, 그 냄새는 아무리 다시 빨아도 잘 빠지지 않는다.
특히 수건은 민감하다.
두세 번 쓰고도 괜찮겠지 했다가 욕실에 퍼지는 냄새로 다시 후회한다.
그럴 바엔, 그냥 자주 갈아쓰는 게 마음 편하다.
빨래를 꺼낸 후, 세탁기 문을 열어놓는 건 요즘의 습관이다.
세제 투입구도 함께 연다.
그 안에 남아 있는 수분과 잔여 세제가 냄새를 만든다는 걸 이제는 안다.
한 달에 한 번은 세탁조 클리너를 쓴다.
시간이 없을 땐, 끓는 물을 부어 헹굼만 돌려도 찝찝함은 조금 가신다.
옷이 문제가 아니라, 세탁기에서 시작된 냄새가 더 많다는 걸 체감하게 된다.
세탁은 끝났고, 문제는 그다음이다.
빨래를 언제, 어디에, 어떻게 말릴 것인가.
가장 나쁜 선택은 저녁이다.
밤에 널어둔 빨래는 해를 받지 못하고, 바람도 없고, 습기만 머금는다.
그리고 그 습기는 곧 쉰내가 된다.
그래서 요즘은 무조건 아침이다.
해가 뜨기 전 세탁을 돌리고, 햇빛이 가장 센 시간에 널어둔다.
실내에서는 선풍기 방향을 옷 쪽으로, 제습기는 바닥으로.
하루 안에 마르지 않으면, 다시 빨래를 해야 할 때도 있다.
조금 과한가 싶어도, 냄새 한 번 맡으면 이해가 간다.
처음엔 세제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가루형, 액체형, 캡슐형, 유연제까지 바꿨지만 냄새는 남았다.
결국 중요한 건 타이밍이었다.
젖자마자 처리하고, 세탁이 끝나면 바로 건조하고, 그 건조가 충분히 되도록 돕는 일.
시간을 놓치면 냄새가 남고, 그 냄새는 하루를 망친다.
요즘은 세탁기 알람을 맞춘다.
설거지를 하다가, 글을 쓰다가, 빨래 알람이 울리면 곧장 일어난다.
그저 기분 좋은 옷을 입고 싶어서.
냄새 하나 없이 뽀송한 셔츠를 입는 것만으로도
이 더운 여름을 조금은 가볍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