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추천 여름 필수템 4
여름은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계절이다.
며칠 전, 잠깐 볼일을 보러 나갔을 뿐인데 얼굴이며 등줄기에 땀이 맺혔다.
마스크까지 쓰고 있으니, 이대로는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날 저녁, 다이소에 들렀다. 별 계획은 없었지만 습관처럼 선풍기 코너로 발이 향했다.
의외로 손에 먼저 잡힌 건 작은 스프레이 하나였다.
파란 병에 담긴 '쿨링 스프레이'.
그날부터 이 여름이 조금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가방 안에서 가장 자주 꺼내 쓰게 된 건 ‘오로라 핸드 선풍기’였다.
한 손에 쥐기 적당한 크기.
버튼을 누르면 바람이 세 단계로 달라졌다.
버스 정류장에서, 주차장 입구에서,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나는 가끔 이 선풍기를 꺼내 들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바람의 방향이 안정적이라는 점이었다.
바람이 막히거나 갑자기 약해지는 일 없이 일정하게 흘렀다.
구성품 안에는 작은 거치대도 있었다.
퇴근 후 책상 위에 세워놓고 틀어 두면 에어컨 바람과는 또 다른, 가까운 시원함이 느껴졌다.
홀로그램이 반짝이는 겉모습도 은근히 마음을 간질였다.
어른의 장난감 같기도 했다.
5천 원이라는 가격이 아깝지 않은 순간이 많았다.
두 번째로 나를 놀라게 한 건 쿨링 스프레이였다.
사실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섬유에 뿌리는 것만으로 시원해진다고?'
출근길, 셔츠 뒷부분에 가볍게 뿌려봤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쿨감이 올라왔다.
멘톨 특유의 감각은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듯했고, 땀으로 눅눅했던 옷은 순간적으로 보송해졌다.
70ml 용량은 생각보다 오래 썼다.
목덜미나 팔꿈치 안쪽, 무릎 뒤쪽.
작지만 요긴한 부위들에 수시로 뿌려주면 컨디션 유지에 도움이 됐다.
천 원짜리 하나로 하루 기분이 바뀌는 경험은, 흔치 않다.
부채보다 간편하고, 물수건보다 깔끔했다.
얼음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요즘 같이 더운 날엔 음료수도 얼음을 넣어야만 제맛이다.
다이소의 실리콘 아이스트레이는 구조가 단순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실용적이었다.
얼린 뒤 트레이를 비틀면 얼음이 우수수 떨어진다.
손에 얼음이 들러붙지도 않고, 깨어지지도 않는다.
하나만으론 부족했다.
두 개, 세 개까지 구입해 냉동실 한쪽에 차곡차곡 넣어두었다.
이따금 우유를 부어두기도 하고, 커피를 얼리기도 했다.
집에서 혼자 마시는 차가운 음료가, 조금 더 즐거워졌다.
가장 뜻밖의 발견은 ‘아이스 캔디기’였다.
처음엔 아이들 장난감처럼 보였다.
곰돌이 얼굴이 박힌 손잡이는 장난스러웠고, 그 아래 받침이 달린 모양은 어딘가 귀여웠다.
우유를 넣고 얼려보았다.
딱딱하게 얼기보단, 부드럽게 씹히는 느낌이 좋았다.
주스를 넣으면 셔벗처럼 얼었다.
손잡이를 쥐고 천천히 녹여 먹는 맛은, 어릴 적 여름날을 떠오르게 했다.
세척도 편했다.
다 쓴 뒤 물에 헹구기만 해도 깔끔히 정리됐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에게도, 혼자 지내는 이에게도
적당한 여름 놀이가 될 수 있는 물건이었다.
올여름은 예년보다도 유난히 덥다.
폭염주의보, 체감온도 35도, 연일 그런 말들이 뉴스를 채운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큰 것보다 작은 것에 손이 간다.
냉방기를 새로 들이는 대신, 선풍기 하나를 고른다.
카페에서 줄 서기보단, 집에서 아이스트레이를 채운다.
가끔은 누군가 내게 묻는다.
이 무더위를 어떻게 버티냐고.
나는 대답하지 않고,
가방에서 쿨링 스프레이를 꺼내 뿌린다.
선풍기 버튼을 눌러 바람을 틀고,
냉동실에서 아이스바를 꺼내 천천히 녹여 먹는다.
이런 작은 것들 덕분에 여름이 덜 지겹다.
그러니 어쩌면, 올해 여름은 꽤 괜찮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