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블랑제리뵈르, 몽둥이 든 서울식약청
인스타그램에서 몇 차례 눈에 띄었던 그 맥주, '블랑제리뵈르'가 제조 정지를 받을 수도 있다는 소식을 PM들이 모인 직무 톡방에서 보게 되었다. 버터 맥주로 집 앞 GS25에서 헬스장을 오가며 몇 번 보았던 맥주긴 한데, 이번 법방망이의 주인공이 이 맥주라니. (아직 마셔보지 못했는데)
어반자카파의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진 멤버, 박용인 씨가 만든 브랜드인 '블랑제리뵈르'가 뭐 때문에 서울식약청에게 행정처분을 받을 위기에 놓였을까?
술을 되게 잘 팔 줄 아는 편의점, GS25에서 블랑제리뵈르와 콜라보로 출시한 맥주인 뵈르비어는 버터향이 난다는 특징으로 인해 버터 맥주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버터 맥주로 불리는 뵈르비어는 2022년 7월쯤 더 현대 서울 팝업 스토어에서 큰 인기를 끌며 계속 품절되던 그 제품인데, 이 맥주는 여태 다른 맥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던 버터향의 라거 맥주로써 고소한 버터향이 맴돌며 탄산이 버터의 느끼함을 없애 훌륭한 밸런스 만들었다는 평을 받는다. AAA+, BBB+, CCC+, DDD+ 4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종류 별로 각각 바닐라와 캐러멜, 아몬드, 헤이즐넛의 풍미가 난다고 한다. 가격은 한 캔에 6,500원. 딱 요즘 가격이란 생각이 든다.
어제 직무 톡방에서 본 뉴스는 이것이었다. 뉴스 기사 ☞ "버터 없는 버터맥주 안 돼" 식약처 '뵈르비어' 제조정지 처분 추진... 제조사 "부당한 처분"
19일 식약처에 따르면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은 블랑제리 뵈르의 제조사 브랜드 블랑제리뵈르에 대해 품목제조정지 1개월 행정처분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의 뉴스였다. 행정처분의 근거는 식품표시광고법 제8조 '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 행위 금지' 다.
이들 제품의 이름에 들어가는 뵈르(Beurre)는 프랑스어로 버터를 뜻한다. 식약처는 아무리 외래어로 표기했더라도 이런 명칭을 쓰려면 해당 원재료(버터)를 제조·가공에 사용하고, 최종 제품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식약처가 이런 판단은 아래와 같은 근거로 내린 것 같다.
1. 4종의 맥주 중 1종에만 버터 향이 첨가되었고,
2. 원재료 버터는 전혀 사용하지 않은 상태며,
3. 제품의 홍보 또한 버터 맥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나도 처음에는 버터 맥주라길래 버터가 들어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버터 맥주로 바이럴 마케팅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행정 처분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간 외래어 표기의 경우 어떻게 조치할지가 구체적으로 법률에 명시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억울함에 토한 말이다. 블랑제리뵈르 측에서는 '고래밥에는 고래가 없고, 곰표 맥주에는 곰이 들어가지 않는데'라는 말을 했다.
그들이 말한 것처럼 '고래밥', '꽃게랑'이라는 과자를 예로 들면 이들 재료에는 고래와 꽃게가 포함되어 있지 않는다. (그래도 꽃게랑은 꽃게 가루가 들어갈 줄 알았다. 새우깡처럼.) 곰표 맥주의 경우에는 곰표라는 밀가루 브랜드와 콜라보를 했기 때문에 저 이름을 한 것이었고 말이다.
일단 저 두 과자 모두 과자의 모양이 고래 혹은 꽃게와 비슷하다는 것에서 이름이 유래되었을 뿐이다. 실제 원재료는 대부분 면, 감자 혹은 고구마 전분 등의 원료와 조미료, 식용색소 등으로 만들어진다.
법적인 측면에서 말하면 대한민국의 '식품표시광고법 제8조'는 제품에 대한 부당한 표시나 광고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이 법에 따르면, 제품에 대한 정보나 광고가 허위적이거나 과장되어 있거나 소비자를 오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부당한 행위로 간주된다. 그러나 고래밥과 꽃게랑은 제품 이름이나 패키지 디자인에 대한 부당한 표시나 광고 행위를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법적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고래밥과 꽃게랑에는 고래와 꽃게의 과자 모양을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인가 하는 추측을 한다. 그렇다면 버터 맥주도 캔의 모양을 버터로 만들거나 포장지를 버터 같은 포장지에 넣거나.. 버터에 대한 사람들의 인지를 맛이 아니라 제품 외관으로 유도했다면 법 방망이를 피해 갈 수 있었을까?
일단 블랑제리뵈르 입장에서는 상당히 억울하다. 버터향이 실제로 나긴 하니까 버터 맥주라고 홍보하는 것이고(4캔 중 1캔이지만), 블랑제리뵈르의 팝업 스토어에서는 다른 식품들에는 버터가 대부분 들어가 있기도 하기 때문이고 '뵈르'라는 것을 상표명으로 사용하고 싶어 할 뿐이기도 하고 말이다. 예를 들어 뵈르가 적힌 굿즈를 만드는 것 등.
나 또한 식약처가 선례를 남기기 위한 첫 타자로 블랑제리뵈르를 구장에 세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정부가 특히 공정거래를 지향하기도 하고, 지금은 사그라든 것 같지만 21년도쯤부터 부상한 펀(Fun) 마케팅에 대한 경고라는 생각도 든다. 펀 마케팅의 대표 사례인 곰표맥주, 말표맥주 등은 자신들의 원래 가지고 있던 브랜드 이미지와 식품을 결합한 것이고, 뵈르비어는 진짜 원재료인 버터를 제품명에 사용했다는 것에서 차이가 있지만. 버터 맥주의 판매처인 GS25도 함께 도마에 오를 듯한데 앞으로 이들은 소명 자료와 후 처분 결과가 궁금해진다.
*펀 마케팅: 소비자의 유머 코드를 파악하여 그에 맞는 다양한 방법으로 마케팅을 시도하는 전략. 한 번씩은 본 적 있을 곰표맥주, 괄도네넴띤, 제비표에이드&우유, 말표맥주 등을 예시로 말할 수 있다.
https://www.eqlstore.com/article/archive/5137/view
https://www.eyesmag.com/posts/147646/gs25-butter-beer-info
https://www.fnnews.com/news/202301191943114223
https://www.huffington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207500
https://brunch.co.kr/@aiross/1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