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원래 좋아했지만,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서비스 기획에 입문할 때부터 였다. 가령 카피라이팅, UX 라이팅같은 것들.
우선 카피라이팅.
개인적으로 카피라이팅은 마케팅의 영역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것이 뭐든 비단 기획자라면 IT와 관련한 지대넓얕 지식을 알고 있는 것이 좋다고생각한다.
'삼성 갤럭시 Z 플립 5'의 카피라이팅 ⓒ SAMSUNG
그리고 UX라이팅.
특히 다양한 문서를 작성하는 기획자에게 UX 라이팅 기술은 서비스의 사용성을 위해서도, 문서를 읽는 동료들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 맥락의 와전 없이 내용을 명확히 전달해야 소통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선 카피라이팅과 UX 라이팅 중 UX 라이팅에 대해 말할 생각이다. 그 중에서 내가 UX 라이팅 시 참고하는 기준이오늘의 주제.
UX 라이팅이 뭔데?
UX 라이팅(User eXperience Writing)이란 좁은 의미로 고객에게 제품의 사용성과 관련된 맥락을 문자로 전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고, 넓은 의미로는 사용자 경험에 기반한 글쓰기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모든 글쓰기가 결국 UX 라이팅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청중을 (제품을 구매하도록) 설득하거나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통적인 카피라이팅과 다른 점은,UX 라이팅의 경우 제품과 사용자의 원활한 상호작용Interaction을 가능하게 하는 것에 보편적으로 주안점을 둔다는 것이다. 따라서 UX 라이팅의 목표는 간결하고, 명확한 언어를 통해 보다 직관적인 경험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오류로 인한 알럿Alert 모달을 제공한다고 할 때, 단순히 "당신은 이것을 사용할 수 없어요."와 같이 일어난 현상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어떤 이유로 뭘 할 수 없고, 당신이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을 추천드려요."처럼 Why-What-How의 형식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좋다.
UX 라이팅 예시 ⓒ 327roy
좋은 UX 라이팅을 위한 4가지 기준
사용자(고객)와 친밀도를 형성하기 위해서 UX 라이팅의 개념이 이전보다 중요하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특히 정적인 화면을 보며 사용자와 상호작용해야 하는 IT 제품 특성상, 어떤 단어와 톤 앤 매너로 맥락을 전달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브랜드, 제품의 정체성이 달라지기도 하며, 사용자의 사용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따라서 UX 라이팅은 ‘사용자들이 보다 분명하게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에 목적을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 나는 서비스 기획 시, UX 라이팅을 할 때 보통 아래 4개의 개념을 기준으로 문구를 작성한다.
1. UI 안에서 사용자의 행동에 직접 관련된 단어 또는 문구를 사용한다.(Recognition)
- UX 라이팅은 사용자가 화면에서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게만들어줘야 한다.
- 예시) 가입하기, 해지하기, 제출하기등
- 아래는 이번 달 초,월세와 적금을 위해 토스에서 계좌이체를 할 때 인상 깊어서 캡처한 화면이다.
- 1) 토스는 '타인에게 돈을 계좌이체'하는 경우 '~에게'와 '보낸다.'라는 문구를 통해 돈이 내 손을 떠나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2) 반면, '현재 계좌에서 나의 다른 계좌로 돈을 계좌이체'하는 경우 '~으로'와 '옮긴다.'라는 문구를 통해 돈이 내 손을 떠나지 않고 이동한다는 느낌을 준다.이 사소한 차이들이 내가 하는 행동이무엇인지 더 명확하게 인지시켜주었다.
토스 계좌이체 2 Types ⓒ Toss
2. 사용자 행동에 동기를 부여한다. (Motivation)
- UX 라이팅은 사용자가 원하는 행동을 취하도록 설득하거나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보통 보상, 혜택, 혹은 결과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 예시) 기능 사용 유도, 멤버십 해지방어등
- 대표적으로 멤버십을 가진 서비스의 해지방어 프로모션을 말할 수 있다.
- 아래 사진은 멜론의 해지방어 문구다. '해지를 하지 않으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안내하며, 해지를 하지 않게끔 동기를 유도하고 있다.
- 서비스의 매출과 관련된 기능의 경우, 문구를 짧고 강렬하게 전달하는 만큼 마케터와 함께 작업하면 좋다.
3. 사용자 행동에 동반되는 지침을 전달한다.(Guide)
- UX 라이팅은 사용자가 특정 행동을 취할 때 필요한 단계나 주의사항을 명확하게 안내해야 한다. 이는 오류를 줄이고,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를 더 쉽게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함이다.
- 예시) 멤버십을 유지하는 경우 혜택 안내, 비밀번호 규칙 안내, 회원탈퇴 시 데이터 처리방침 안내등
- 아래는 '팁스터'에서 분석한 탈퇴 프로세스의 사진이다. 탈퇴 시 동반되는 지침을 전달하고 있는데, 보통 서비스 제공사의 면책을 위한 내용과 고객이 인지해야 하는 주의사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좌) 카카오톡 탈퇴 화면 / (우) 구글 탈퇴 화면 ⓒ 팁스터
4. 사용자 행동 이후의 피드백을 제공한다. (Feedback)
- UX 라이팅은 사용자가 특정 행동을 완료한 후 그 결과를 명확하게 피드백을 해줘야 한다.
- 이는 사용자가 느끼는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다음 행동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즉, 사용자가 원하는 행동이 잘 수행되었는지에 대한 막연함을 해소해 주는 것이 목적이다.
- 예시)멤버십 해지 완료 안내, 회원탈퇴 완료 안내, 정보 제출 완료 안내등
- 아래는 설문 툴 Walla에서 제공하는 피드백의 일부다. 1) 설문을 게시(배포)할 때와 2) 설문의 응답을 제출하는사진이다.
- 가볍게는 토스트 메시지Toast Message부터 모달, 혹은 피드백을 위한 자체 페이지를 만들기도 한다.
- 피드백은 원활한 상호작용을 위해 꼭 필요한 절차며, 상호작용을 위한 것인 만큼 사용자의 행동 이후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 피드백 과정을 생략하면 사용자가 느끼는 신뢰감도 함께 생략할 수 있다. 하하.
(좌) 설문 게시(배포) 시, (우) 설문 응답 제출 시 ⓒ Walla
여담
#1 나라마다 정서가 달라요.
UX 라이팅의 재밌는 점은 어순차이로 인해 UXUI의 흐름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또한 UX 라이팅 또한 사ㅐ용자 경험과 관련된 것인 만큼 사용자의 멘탈 모델Mental Model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그 문화의 정서와 문법에 맞지 않는 라이팅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2 저 네 가지 기준이 어렵다면?
위의 4가지 기준이 와닿지 않거나, 어렵다면 아래의 문장을 기억하자.
UX 라이팅은 1) 어떤 화면에서 보든 보이스톤은 일관되어야 하며, 2) 무슨 말을 하는지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3) 문장의 호흡은 간결할 수록 좋고, 4) 사용자에게 유용해야 한다.
그래서?
브런치를 시작하며 '어떻게 하면 내가 하고싶은 말을 청중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 문단을 개행하거나, 종결어미를 만드는 등 내 문체가 조금씩 잡힌 것 같긴 하지만 이것이 누구에게나 좋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기획자/PM으로서 남들과 여러 채널을 통해 소통하기 위해서 꼭 길러야 하는 능력임은 분명하다. 이것이 내 소관의 제품에도 잘 녹아드는 그 날까지 계속해서 붙잡고 있을 예정이다.
이번 회사에서는 꼭 한 번 제품 UX 라이팅 가이드를 디자이너분들과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 중 하나다. 이 재밌는 작업을 할 때 내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