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그렇지만 이웃은 내 아들이 빌린 베개를 돌려주기 전까지 이지패스를 빌려주지 않을 거야.”
6. “베개의 야크 털이 많이 빠져서 그냥 돌려줄 수 없네. 야크 털을 다시 채워야겠어.”
7. 결국 세차를 하기 위해 동물원에서 야크 털을 깎기 시작한다.
서비스 기획자의 상황을 예로 들면 아래와 같은 경우가 보편적일 듯하다.
1. 꽤 오랜 시간 백로그로 남아있던 기능 요구사항을 확인했다.
2. 개선을 요구받은 기능을 분석하다 보니 먼저 개선해야 할 것 같은 다른 기능이 눈에 들어온다.
3. 타고 넘어가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최초 개선하려고 했던 기능과 동떨어진 기능을 다시 기획하고 있다.
4. “엥, 원래의 목적은 뭐였지?” ← 아차 싶은 순간
그러면 자신이 야크의 털을 깎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깨달을 수 있을까?
나는 이를 위해 ‘주기적인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협상과 관련한 접근법에서는 발코니로 가기(Go to the balcony)라고 많이들 부른다. 즉,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목적을 다시 상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나는 ‘하루 한 번 기획하는 것에 대한 목적을 다시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만약 자신이 야크의 털을 깎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이 좋을까?
프로젝트 진행 중에 리스크가 도출될 때 우리가 취해야 하는 바람직한 순서는 1) 리스크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파악하고 조치한 후, 2) 다른 업무의 일정을 점검하고, 3) 나중에는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레슨런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이때 1, 2번은 조직 상황에 맞춰 처리를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3번은 꽤나 보편적인 실천 방법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회고. 자신이 어쩌다가 야크 털 깎기를 하게 되었는지 기승전결을 간단하게라도 메모하고, 내부에 공유하자. 본인의 특징과 상황을 전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이 행위는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느낌으로 구성원들에게 전달되어 신뢰관계를 더 끈끈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회고에는 감정이 들어가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유형의 회고에서 다뤄야 하는 중점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학습과 기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좋아하는 기획자, 해봄님이 진행했던 인터뷰에서도 '야크 털 깎기'에 대한 얘기가 나온 적 있다.
”다만, 그들이 실수하거나 특정 문제에 매몰되어 야크 셰이빙(Yak Shaving)을 했다면 그 순간은 반드시 팀원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회고를 요청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데요. 무심코 ‘아, 내가 잘못했구나!’ 하고 넘어가는 것과 ‘내가 언제 어떻게 결정해서 지금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을 되짚어보고 깨닫는 건 큰 차이가 있거든요.”
서비스든 제품이든 전략이든 어떤 것을 기획하는 것은 힘들지만 즐거운 과정이다. 단, 즐거움과 자기만의 논리에 매몰될 때를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비슷한 의미의 사자성어는 '주객전도'가 있다. 이것이 IT에서 일어나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대표적으로 '기능, 디자인에 목적을 맞추는 경우'라고 생각한다.
'야크 털 깎기'와 동일하게 '생각이 한 군데에 매몰될 때'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다.
기획자에게 빈번하게 발생하는 경우는 기획자가 자신의 필요(재밌어서, 하고 싶어서, 필요해 보여서 등)에 의해 기획을 할 때다. 이때는 기획의 본질가치가 사라진 채 기능, 디자인을 만들어 내는 것이 목적이 되곤 한다.
이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기능,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한 기획을 하게 된다는 것. 서비스 기획자의 상황을 예로 들면 아래와 같은 경우가 보편적일 듯하다.
1. 어느 날 너무 이쁘고 취향을 저격한 기능을 본다.
2. 왜인지 우리 서비스에도 이 기능이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 서비스가 이 기능을 구현한 이유와 배경은 분석하지 않았다.)
3. 기능을 만들기 위해 목적을 찾아 합리화시킨다.
(예시: 아 우리도 이 기능이 있으면 이런 것도 할 수 있으니까 만들면 좋을 거야!)
4. 기획할 때 기능을 만들기 위해 의존성을 보이는 다른 기능과 정책을 손본다.
5. 기능 완성! 당분간은 즐겁다.
6. 그리고 서비스를 개선하면서 맥락 없이 추가된 기능과 변경한 정책들에 발목을 잡히게 된다.
경험상 이 현상은 실무에서 멀어진 사람들(경영자 등)과 밀접하게 일을 하는 실무자들에게서 쉽게 발생했다. 실무에서 멀어진 만큼 발산을 하는데 제약이 적기 때문일 것이다. 쏟아지는 발산에 허덕이다 하자는 대로 하게 되면 저 시나리오에 맞닥뜨리게 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왜 하는지’ 주기적으로 상기하는 것. 우리는 컨셉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아니라, 가치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사람임을 기억해야 한다.
p.s.1
그리고 이것은 비단 기획을 할 때만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다. 각종 프로세스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만든 업무 프로세스가 세분화되며 관리 포인트가 많아지는 것으로 인해, 더 비효율적으로 변모하는 경우를 말할 수 있다.
p.s.2
마케팅 전략으로써의 Wag the dog은 다소 다르다.
#3 조심해야 할 것3: 완벽한 기획서
#기획서 #커뮤니케이션
완벽한 기획서는 없다. 실제로 업계에서도 '완벽'이라는 단어 자체에는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다. 나 또한 공감하는 말이다. '완벽'을 정의하는 시선은 바라보는 사람의 지식의 총량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전에서는 완벽을 '결함이 없이 완전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그 결함을 보는 주체는 사람이다. 그래서 결함은 사람이 아는 만큼 보인다. 내가 신입 시절에 빈틈없이 만들었다고 생각한 기획서를 현재 시점에서 다시 보면 예전에는 고려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보인다. 이것은 지식의 총량이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완벽한 기획서'를 만들었다는 말은 지금 이 순간, 본인에게만 해당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면 '완벽한 기획서'를 추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완벽한 기획서'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 만들고 싶은 것은 '잘 만든 기획서'일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기획의 사전적 의미는 '목표를 수립하고 계획을 세우는 과정'이다.그러면 '기획서'는 뭘까? 기획서는 계획의 과정을 문서화한 것이다. 따라서 '잘 만든 기획서'는 기획서를 읽는 사람이 계획의 과정(기획자의 의도)을 잘 이해하고, 원활한 소통을 도와줄 수 있게 하는 문서를 의미한다. 그것이 서비스 기획서든, 광고 기획서든, 전략 기획서든, 마케팅 기획서든 그 어떤 기획서라도 동일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사람들은 똑같은 생각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규칙들이 정의되어 있는 제품을 함께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제품,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 '잘 만든 기획서'가 필요하다.
'완벽한 기획서', '빈틈없는 기획서'에 집중하기보다는, 기획서를 보는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잘 만든 기획서'에 집중하자. 이것이 우리에게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일 것이다.
2차 세계 대전 시대, 남 태평양 섬의 원주민들은 당시 섬에 주둔하던 군인들에게서 신기한 것을 봤다. 군인들이 활주로를 뛰어다니며 깃발을 흔들자 하늘에서 비행기가 음식과 신기한 물건들을 가지고 오는 것이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하늘에서 배달되던 화물을 그리워하던 원주민들 사이에선 새로운 종교(Cargo cult)가 탄생했다. 활주로를 청소하고, 나무로 비행기를 만드는 등 그들이 한 행동을 따라 하면 다시 화물이 도착하기를 기리면서말이다.
하지만 원주민들이 만든 목조 비행기와 따라 하는 행동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래도 그들은 예전에 자신들이 인상 깊게 본 형상을 계속해서 따라 한다. 이 현상을 Cargo Cult(화물숭배)라고 부른다.
카고 컬트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와 같다.
성공의 본질적인 이해 없이 겉모습만 모방하는 현상
그러면 기획자에게 카고 컬트란 무엇일까? 기획자에게 카고 컬트란 서비스나 제품의 성공 요인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이해하지 않고, 겉모습이나 형식만을 모방하는 접근 방식을 말할 수 있다.
서비스 기획자의 관점의 예시는 아래 정도를 말할 수 있다.
1. 연말에 네이버, 토스, 유튜브 등 많은 서비스들이 연말결산Recap 서비스를 제공한다.
2. 연말결산 서비스가 바이럴을 타고, 성공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했다.
3. 우리도 부랴부랴 사용 가능한 데이터를 긁어모아 연말결산 화면을 기획하고 개발한다.
4. 하지만 그 누구도 관심이 없다.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전해줄 것인지 깊은 고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장에서 성공한 서비스의 특정 기능이나 디자인의 성공한 근본적인 이유와 고객의 필요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베끼는 것은 의미 없는 작업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한 번 더 생각하기'. 우리는 겉모습의 모방에 그치지 않고,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자신의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깊이 있는 분석과 창의적 사고를 추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5 50주 차 KPT
#회고 #성찰 #KPT
[KEEP] 1. 작은 도서관 자료 아카이빙을 진행했다. - 이번 주 달성률 71.4%(5/7)
2. 사내 개인 프로젝트 종료
- 정확히는 사내의 '인재 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참여한 것이다.
-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0주가 무사히 종료됐다. 수습도 끝났고!
[PROBLEM]
프로젝트 촬영, 개발그룹 연말 발표 준비 등을 함께 병행하며 데일리노트 작성을 뒤로 미루고 미뤘다. 사실 이 주간 회고 겨우겨우 남겨놓은 키워드를 가지고 주말 동안 살을 붙여 작성한 격. 시간을 잘 사용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 한 주.
[TRY] 1. 작은 도서관에 자료를 하루에 최소 1개 채워 넣는다. (다음 주 목표: 7개) 2. 셀프 연말결산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