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36.기획이란 무엇인가?

Planning

기획이란 무엇일까?

누구나 기획이란 말을 심심치 않게 사용하거나 주변에서 쉽게 봤을 것이다. 기업이나 정부, 공공기관 등 어느 조직에서나 기획이란 단어를 넣어  사용한다. 이를테면 사업기획, 상품기획, 전략기획, 경영기획, 인사기획, 개발기획, 마케팅기획, 광고기획, 편집기획, 출판기획, 방송기획, 공연기획, 영업기획, 생산기획, 기술기획 등 기획이라는 이름이 조직의 기능과 역할에 사용되지 않는 곳이 없고, 뭔가 짧은 기간안에 목적이나 의도를 가지고 특정 과업을 진행•홍보•특별이벤트하는 것을 일컬어 기획제품, 기획방송, 기획수사, 기획전시, 기획작품, 기획기사 등에도 심심치않게 사용된다.

무엇을 계획하여 특정 과업을 시작한다는 말 같기도 하고, 어떤 유형의 무언가를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말 같기도 하고,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 같기도 하고,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나가는 과정같기도 하고, 아무튼 기획이라는 말은 정말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나 역시 조직에서 기획이라는 이름이 붙은 조직(ㅇㅇ기획팀)에서만 근 시간도 7년째 접어 들었고, 첫 소득활동을 시작했던
2005년의 첫 프로젝트를 기획예산처와 했으니, 기획과 관련된 일을 10년 정도 한 것 같다. 그럼에도 기획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작 생각해 보지 못한 것 같다. 역시나 등잔 밑이 어둡 듯 말이다.

다양한 분야의 조직 혹은 직무에서 기획이라는 말이 쓰여지고 있는데, 우선은 우리나라에서 기획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사용된 곳부터 되짚어 보기로  했다.


대학원 시절 기획론세미나라는 수업이 있었는데, 그 때의 기억을 더듬어 차근히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첫 수업은 당연히 '기획이란 무엇인가?'로 출발했다. 중•고교시절 사회와 국사시간에 다 배웠듯이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리나라를 재건하기엔 합법적 권력을 통한 효율적 통제가 필요했기에 국가가 주도하는 것이 제격이었다. 아니 국가밖에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7개년 계획 등이라고 많이들 들어봤을거다. 나 역시 행정학이 전공이라 지난 과거의 헌정사, 정부정책, 정부역할의 공과를 중심으로 학습하고, 연구했고, 그 때의 기획론세미나를 포함한 교과과정 전체가 정부정책(혹은 행정)의 기획을 중심으로 시작과 결과를 되짚어 보며, 미래 정책 설계를 고민해 보는 과정이었다.

우리나라는 6-70년대부터 정부 중심으로 경제개발과 경제성장이 진행되었기에 '기획'이라는 용어를 정부에서부터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의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경제기획원'이라는 중앙정부부처가 60년초에 탄생하여 정부중심의 경제정책의 계획, 집행, 조정 기능을 담당하고 주도하는 등 국가경제정책을 총괄했다.(물론 '기획'이라는 말이 공통으로 사용되었지만, 영어로 사용한 단어를 보면 기획재정부는 '기획'을 'Strategy'로, 경제기획원은 '기획'을 'Planning'으로 사용하여 그 의미는 좀 변화된 것 같다)


여기서 사전적 의미의 '기획(Planning)'을 생각해 보면 특정 대상에 대해 그 대상의 변화를 가져올 목적을 설정•확인하고, 그 목적을 성취•달성하는데에 가장 적합한 방안•방법을 설계•계획•디자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문제되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 즉 최적의 이상을 찾기 위한 과정을 설계하는 것, 문제 해결 과정, 솔루션 탐색과정을 그리는 것•만드는 것을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획은 어떤 영역이든, 어떤 조직과 기능•역할에 관계없이 구체화해 가는, 그 과정과 결과는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각 영역의 전문지식과 활용도의 차이만 있을 뿐, 무엇인가를 기획한다고 할 때의 '기획'이라는 목적은 다를 수가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기획은 생각보다 유사한 의미의 다른 어휘와 통용이 가능하다. 상상, 문제해결, 발상, 전략, 창조, 발명, 발견, 발굴, 창의, 아이디어, 제안, 고민, 생각,  사고, 사유, 컨셉, 설계, 디자인, 계획, 창작, 작곡, 작사, 편곡, 조각, 안무, 무용, 시나리오, 극본, 관점, 영감, 실험, 개척, 도전, 변화, 개혁, 혁신이 모두 기획과 동일어이거나 유사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 중에서 만약 '기획'을 한 가지 압축단어로 요약해 보면 바로 아이디어이다. 아이디어, 그 자체가 바로 기획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아이디어는 문제 혹은 현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 발상, 생각에서 비롯된다. 특정 제품에 대한 기능, 새로운 제도•정책의 도입, 신상품의 개발, 신사업개발, 효과적 마케팅방법, 이성에게 호감을 주는 전략, 손 안대고 코푸는 방법, 도시계획 등 모든 사회현상, 문제•이슈에 대한 해결방안은 바로 아이디어로부터 나온다. 기획의 모든 단어는 아이디어 그 자체이다. 이런 의미에서 기획이라는 것은 결국 아이디어 싸움인 것이다. 좀 더 생각해보니 아이디어는 영어로 Idea라 하고, 고급어휘의 뜻으로 관념, 플라톤 철학의 이데아(Idea)로 불리기도 한다. 이는 아마도 그리스어에서 유래하여 철학개념의 이상, 본질, 표상, 이성의 최고경지라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기획이란 정말 무엇이란 말인가?


결국 기획이란 특정 이슈나 문제•현상에 대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그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런데 '기획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다가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시중에 나온 몇 권의 기획서를 보다가 2000년 전후로 기획의 관점이 완전히 바뀌었다. (2000년이라는 숫자 자체의 의미보다는 정보통신망산업의 급격한 성장의 시발점이라는 점에서 전후의 시대를 나누는 상징적 의미를 지녔다.)


불과 10년전까지 기획은 논리력로 통했다. 로직을 통한 기획의 완성, 문제해결의 프로세스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기획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가만히 생각해보니, 필자가 공부하던 시절에는 로지컬 싱킹, 논리수업이 굉장히 유행했다. 예로 '맥킨지식 로지컬 싱킹', '논리로 푸는 문제해결', '논리야 놀자' 등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아마도 고속 성장기에는 무엇인가를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는 선진사회제도를 따라가기 급급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논리적인 프로세스를 통한 설명이 가장 적합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러나 지금은 고속 성장도 없고, 다른 사회에서 모방하기도 어려 다양한 사람과 생각이 공존하고 논리와 로직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 그래서 그런지 논리와 로직을 내건 브랜드는 거의 볼 수 없고, 창의와 상상을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로 내건 사교육(창의학교, 상상학교,창의력키우기 등)이 활황이다.

시대의 흐름을 여기서 알 수 있고, 그런 의미에서 종합해보면, 지금은 상상력이 바로 기획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한 새로운 시도와 실험이 바로 기획이다. 창의와 자율 창조가 중요한 지금, 팩트중심의 논리력보다는 스토리중심의 상상력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아이디어는 어디로부터 오는가?

 

교과서같은 이야기겠지만, 아이디어는 생각으로부터 나온다. 수많은 고민과 상상, 다양한 변수와 경우의 수를 고려한 생각을 통해 불특정 때에 분출된다. 생각을 입체화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사고해야한다. 특정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생각보다 엉뚱한 상상에서 시작되고, 그 상상이 해결의 실마리가 된다. 라이트형제의 하늘을 나는 상상이 비행기를 만들어주었고, 에디슨의 바보같은 호기심이 세상에 빛을 전해주었다. 상식과 같은 생각이었다면 절대 불가능했던 것이 상상을 통한 이상을 만들어주었다. 그러기에 다양한 경험과 학습, 열린 자세와 태도가 필요하다.


에디슨의 명언,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루어진다.' 에서 보듯 죽어라 노력한 사람에게 뜻밖의 기적인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찾아오는 게 아닐까?


일상의 현상을 발상을 통한 이상으로 만드는 상상의 세계에서 기획은 시작되고 완성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35.쉬운 일도 없지만 못할 일도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