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달아공원

2월 22일

by 화니와 알렉산더

"사무적인 친절"이었다고 지훈은 회상했다. 정서가 배제된, 공적인 목적으로 연기되는, 그런 친절함이었다고 했다. 사무실에서 오랜만에 재회한 아들을 대한 엄마의 태도를 지훈은 민원인을 대하는 공무원의 태도나 백화점 직원의 태도에 비유했다. 이십 분 동안 의례적인 대화를 나눈 지훈은 엄마의 사무실을 나왔다. KTX에서 지훈은 엄마를 원망하며 울었다고 했다.


"이제는 알 것 같아요.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어요." 지훈은 말했다. 얼마간 생각에 잠겨있던 지훈이 말을 이었다.


형, "데드캠프"라는 영화 봤어요?


지훈이 엄마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고전 슬래셔 영화 이야기를 꺼낸 이유를 짐작할 수 없어 나는 어리둥절했다. "응. 그 영화는 왜?" "저는 그 영화를 보면서 엉뚱한 생각을 했어요.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그 생각을 오래 했는데요." "어떤 생각?"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커플 있잖아요. 만약 둘이 살아서 집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계속 사귈 수 있을까? 결혼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지훈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싶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글렌피딕 한 잔을 들이켠 뒤 지훈이 말했다. "이런 거예요."


기억하기 괴로운 경험을 함께 겪었다는 사실이 꼭 그 경험을 겪은 사람들 사이의 연대감을 만들어주지는 않아요. 내 고통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을 오히려 피하게 될 수 있죠. 그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우니까.


"형도 그런 경험 있지 않아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인데, 그 친구가 내 상처를 발견해요. 아니면 그 친구를 보면 어떤 아픈 기억이 떠올라요,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그러면 우리는 아무리 그 친구를 사랑해도 다시 못 만나요. 아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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