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달아공원

2월 28일

by 화니와 알렉산더

열아홉 살 소년의 통찰이 이 정도라니, 나는 지훈의 말을 들으며 연신 경탄했다. 이토록 성숙한 이해라니, 나는 그에게 경외감까지 느꼈다. 나는 지훈을 위로해주려고 했지만, 취해서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은 탓인지 그럴듯한 위로의 말은 끝끝내 건네지 못했다. 다만 그를 묵묵히 안아줄 뿐이었다.


다음 날, 관악구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나는 어떤 의심을 품게 되었다. 아줌마가 내 친엄마가 아닐까 하는 의심. 지훈의 이야기가 분명 그러한 의심을 촉발하게 했을 것이다. 아주 허황한 생각은 아니었다. 근거가 있었으니까. 내가 열아홉 살이었을 때, 나는 무언가를 - 그게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 찾기 위해 집을 뒤진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내가 기억을 잃기 일 년 전인 초등학교 6학년 때 썼던 일기장을 발견했다. 일기장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엄마는 생선을 엄청 좋아하는데 우리집이 가난해서 한달에 한번만 먹는다. 커서 돈 많이 벌면 엄마 생선 많이 사드려야지. 엄마 사랑해요


이런 구절도 있었다.


오늘 세달만에 생선을 실컷 먹었다. 엄마가 시장에서 고등어 세마리를 사왔다. 엄마가 생선을 발라주다가 울었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아빠가 엄마 힘들게해서 아빠가 밉다. 엄마 울지 마세요


엄마는 생선을 안 드신다. 아줌마는 생선을 참 좋아하신다. 일기장에 묘사된 "엄마"의 외양이나 차림새와 인용된 "엄마"의 말도 아줌마의 말투였다. 아줌마는 양양에서 나에게 딸의 과외를 부탁했다. 버스에서 나는 그 이유를 알았다. 남매가 친하게 지내기를 바란 거였다. 나는 삐딱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나는 떠났으면서, 나에게 동생을 부탁하다니. 원망스러웠다. 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 후 아줌마에게 전화를 걸까, 고민했다. 이윽고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정신없이 한 달이 흘렀다. 전화를 먼저 건 쪽은 아줌마였다. 4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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