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화니와 알렉산더

우산을 쓰니 비가 왔다

내가 우산을 써서 비가 왔다

우산을 쓰는 건 나의 기우제

두 손을 모아 빗물을 받았다

손으로 만든 못 안에

작년의 여름들이 떠다녔다


어제는 먹구름을 수렵하느라

하루가 다 갔다

먹구름을 정성스레 깎아

시를 몇 편 적었다


우산을 쓰니 비가 왔다

네가 우산을 써서 비가 왔다

우산을 쓰는 건 봄의 장례식

두 손을 모아 빗물을 받았다


영영 재회할 수 없을 스물여섯의 봄

그녀의 비(碑) 앞에 두 손에 담긴

여름 빗물을 청주처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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