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넷
by
화니와 알렉산더
Jul 23. 2024
우산을 쓰니 비가 왔다
내가 우산을 써서 비가 왔다
우산을 쓰는 건 나의 기우제
두 손을 모아 빗물을 받았다
손으로 만든 못 안에
작년의 여름들이 떠다녔다
어제는 먹구름을 수렵하느라
하루가 다 갔다
먹구름을 정성스레 깎아
시를 몇 편 적었다
우산을 쓰니 비가 왔다
네가 우산을 써서 비가 왔다
우산을 쓰는 건 봄의 장례식
두 손을 모아 빗물을 받았다
영영 재회할 수 없을 스물여섯의 봄
그녀의 비(碑) 앞에
두 손에 담긴
여름 빗물을 청주처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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