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마밭에서
씨를 뿌리던
지푸라기처럼 가녀린 어머니는
일본어로 노래를 부르셨다
소학교 다닐 적에
내 어매가 들려주셨던 노래란다
어머니의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
나는 노래 가사를 외웠지만
뜻은 전혀 몰랐다
딸아이가 일본어를 배운다길래
노래 가사를 읊고 뜻을 물었다
고향은 거기 있는데
나는 고향에 가지 못하네
어머니의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
어머니가 채마밭에서
숨어 흘리던 눈물로
감자가 자라고
상추가 자랐다
우리는 어매의 감자와 상추를 먹으며
채마처럼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