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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니와 알렉산더 Dec 06. 2024

죽여 마땅한 사람들 (2)

내가 읽은 책 1 

2024년 12월.

여느 때보다 현재 시점에서, 여느 곳보다 우리나라에서 독자들이 사랑할 만한 소설이다. 

왜?

이 책이 결국 '사적 제재'를 다룬 소설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대중예술은 시대의 무의식을 강하게 반영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사적 제재를 다룬 작품이 양산되고 있다.

'열혈사제'(2019), '모범택시'(2021), '모범택시2'(2023), '더 글로리'(2022-2023), '국민사형투표'(2023), '비질란테'(2023), '살인자ㅇ난감'(2024), '베테랑2'(2024), '가족계획'(2024), ......

큰 인기를 구가한 SBS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는 지난달 종영했고, '지옥에서 온 판사'의 후속작인 '열혈사제2'는 현재 방영중이며 내년에는 '모범택시3'가 방영될 거라고 한다. 

많은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사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이 엇비슷한 사적 제재 드라마들이 범람한 원인이다. 

내가 보기에 사적 제재를 다룬 우리나라 작품들은 대개 '대체역사'적이다. 

소설을 통해 청나라에 복수하는 '박씨전'과 비슷하다.

실제 사건을 유사하게 재현한 후 악인들에게 극적으로 보복하는 식이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주인공 릴리는 '사적 제재'를 마음 깊이 옹호할 뿐만 아니라 그녀 자신이 '사적 제재'의 주체이다. 

세상에는 말 그대로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 있다고 믿는다. 

같은 주제를 다룬 우리나라 작품들보다 사적이고 미시적이다. 

소설은 사회적 문제를 다루거나 실제 사건을 연상케 하지 않는다. 


'사적 제재'를 다루는 작품들을 재미있게 봤다면, '죽여 마땅한 사람들'도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 


'페이지터너(page-turner)'다. 

'페이지터너'는 몰입도가 높고 이야기의 전개가 흥미로워 독자가 빠르게 읽게 되는 책을 지칭하는 영어 표현이다. 

빠르게 술술 읽힌다는 것이 문학의 보편적인 미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장르문학의 영역에서 그것은 분명한 미덕이라고 믿는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장르문학에 속한다. 


'페이지터너'에 대한 나의 생각을 짧게 부연하겠다.

순문학의 영역에서 나는 자꾸 멈추게 되는 소설을 좋아한다. 

아름다운 모국어의 구사, 세상과 사물과 인간에 대한 정확한 표현, 작가의 독창적인 인식.

이러한 것들에 계속 걸리고 넘어져서 끊임없이 책 읽기를 멈추고 사유하게 하는 소설이 훌륭한 소설이라고 믿는다. 

한강 작가의 작품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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