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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니와 알렉산더 Jan 18. 2024

원시안적 비애

2024년 1월 18일

이곳에도 없었다

지난 이 년 동안 핀란드 전역을 돌아다녔지만

핀란드에도 없었다

내일 서울로 돌아간다

정확히 25개월 만이다


시작은 블로그에서 본 글이었다

행복을 파는 가게가 있다는 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집을 나왔다


지도 앱에서 검색하니 뜨는 곳이 없었다

택시 기사 아저씨도 모른다고 했다


한 달 동안 우리나라 전역을 돌아다녔지만

우리나라에는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블로그에 댓글을 남겼다

한국 지사는 오래전 문을 닫았다고 했다

대신 핀란드인가 어디에 본사가 있다고 했다


이틀 뒤 나는 헬싱키 반타 공항에 도착해 있었다

9시간 35분 동안 비행기를 탔다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수많은 사람은 몰랐다

그러한 가게가 있다는 걸


핀란드까지 가서

오로라도 보지 않고

사우나도 가지 않고

(무민 자석이랑 무민 머그컵은 하나씩 샀다)


나는 결국 서울에 돌아왔다

13시간 45분 동안 비행기를 탔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비행 시간이 길어졌다)


두 살 더 먹어 피부가 거칠어진 캐리어의 손을 잡고

이 년 전과 똑같은 얼굴을 한 우리 동네에 도착했다


아파트 단지 정문에 있는 상가에 들어갔다

캔맥주를 사러


상가에서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행복을 파는 가게는

우리 동네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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