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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수 Feb 11. 2024

흐르는 물에 상념을 흘려보낸다.

내 이름 ‘혜 수’는 깨달을 혜(寭)에 물가 수(洙)이다.

내 이름 ‘혜 수’는 깨달을 혜(寭)에 물가 수(洙)이다. 나는 이름처럼 물가에 앉아 삶의 이치를 깨닫는다.


이른 새벽, 고요히 흐르는 강물을 보면 생각이 함께 흘러가는 것 같아 마음이 가벼워진다. 바닷가에 넘실거리는 파도를 보면서는 지난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다.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는 인간의 삶도 보게 한다.


 해일 같은 거대한 파도는 맞서지 말고 물밑으로 숨어야 더 안전하다. 그렇지 않으면 파도가 집어삼켜 버릴 것이다. 어쩌면 인생도 그러하다. 비겁하고 나약하게 느껴질지라도 자신을 낮추고 몸을 숨겨야 할 때가 있다. 성난 파도가 잠잠해지면, 힘을 빼고 물결에 몸을 맡겨보라. 마침 좋은 바람을 만나 목적지까지 편안하게 실려 갈 수도 있으리라.     


 성난 파도가 겁나더라도 젖 먹던 힘까지 내어 헤엄쳐야 할 때도 있다. 될 대로 되겠지 하다가 파도에 떠밀려 정처 없이 흘러간다면 자신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맞서서 온 힘을 다해 헤엄쳐야 한다. 그래야 삶의 방향과 목적을 잃어버린 채 망망대해까지 떠밀려가지 않는다.     


 물을 보는 것만큼이나 배를 보는 것도 좋아한다. 울산은 바다와 가까이 있어 배를 보며 커피 한잔을 즐길 수 있는 카페가 많다. 그중 장생포 문화 창고 북카페에서 바라보는 노을은 울산 남구 9경 중 하나이고, 자주 방문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또 슬도에 자리 잡은 커피명가도 빼면 섭섭하다. 두 곳 모두 물멍, 배멍을 모두 갖춰 힐링하기 더없이 좋은 곳이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붉은 태양이 내려앉는 광경을 보며 정박해 있는 배를 관찰한다. 배의 외관은 과학적 원리와 미적 요소를 모두 고려해 디자인되었기에 매력적이다. 또 선박의 엄청난 크기가 주는 웅장함에 압도당하기도 한다. 덤으로 열심히 일하는 선원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물이 인간의 삶이라고 한다면 사람은 배(ship)다. 목적지를 설정하고 바다라는 인생을 항해하는 배다. 울산은 조선소가 있어서 많은 배를 볼 수 있다. 화물선, 여객선, 고기잡이배 등 종류도 다양하다. 배는 나름의 목적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진다. 인간의 삶도 그러하다. 각자 목적이 다르고 삶의 방향도 다르다. 어떤 사람은 짐을 가득 싣고 항해하는 화물선 같기도 하고 여러 사람과 어울리길 좋아하는 여객선 같기도 하다. 어떤 이는 매일 쉬지 않고 바다로 나가는 고달픈 고기잡이배 같다.     


 수많은 배들이 드넓은 바다를 항해한다. 바다는 크고 화려한 배와 작고 볼품없는 배를 차별하지 않는다. 폭풍우에 대한 예고는 모든 배에 공평하다. 그 신호를 흘려보내지 말고 현명하게 잘 따른다면 바다는 난폭하게 배를 집어삼키지 않는다. 제아무리 거대하고 튼튼한 선박이라도 자만으로 가득 차 경고를 무시한 채 앞으로 나아가기만 한다면 혹독한 결과를 치르게 될 것이다.     


 내 배가 크건 작건 그에 맞게 단단히 정비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항해해야한다. 지치고 힘이 들 때는 정박하듯 잠시 쉬어가면서 말이다. 자신의 내면을 잘 들여다보면서 자연의 경고를 귀중하게 받아들이고 채비하면 무사히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다.     


 아무리 삶이 팍팍해도 모든 날이 그럴 리 없다. 고요한 물결에 힘을 빼고 몸을 맡기면 생각하지 못했던 소소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혹시 지금 당신의 삶이 버거워 지쳐있다면 일렁이는 파도마다 쉬지 않고 맞서 온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보라. 파도에 몸을 맡기거나 감당할 수 없다면 물 밑으로 숨기라도 하면서 힘을 조금 빼고 살아보자. 흘러가는 물줄기에 당신의 짐을 조금 풀어놓아 보는 것은 어떠한가?   

삶의 이치를 깨치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정화하는 ‘물멍’은 나의 소중한 케렌시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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