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스토리...

그녀를 언팔로우 하지 못하는 이유

by 진하준

이별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내 어딘가에서 살아 있었다.
마주칠 일도, 연락할 이유도 사라졌지만 나는 하루에 몇 번씩 그녀의 일상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이별 후 더 자주, 더 밝게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자신의 하루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카페, 하늘, 책, 음식, 그리고 발끝.


익숙한 이름이 뜨는 순간마다, 반가움과 씁쓸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나는 무심한 척하면서도 매일 그녀의 스토리를 눌렀다.
그 짧은 15초를 보려고, 몇 번이나 화면을 켰고, 그 안에서 다시 살아나는 감정은 결코 짧지 않았다.


처음엔 몰랐지만, 곧 알게 됐다.
차라리 모르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걸.
그녀는 새로운 장소에 있었고, 다른 사람과 웃고 있었고, 나 없이도 잘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그녀의 소식을 아는 사람'으로 남아 있었다.


지워지지 않는 관계가 아닌, 점점 남이 되어가는 과정을 하루에 몇 초씩 지켜보는 일은
상상보다 더 오래 아팠다.


그녀가 올리는 사진은 평범했지만, 그 속에 나는 없었다.
그 일상 속에도, 목소리 속에도, 시선의 끝에도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알면서도 마음 한편이 아려왔다.


가끔은 혼자 상상했다.
혹시 나를 보라고 올린 걸까.
아니면 그냥 아무렇지 않게, 말 그대로
그녀의 하루를 공유하고 있는 걸까.


어느 날은 그녀가 공유한 노래 한 줄이 내 밤을 통째로 흔들었다.
"오늘따라 너를 다시 만나고 싶었어."
그녀에게는 감정 없는 가사였을지 몰라도, 나는 거기에 내 해석을 얹었다.
그녀가 아닌, 나만의 방식으로 이별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이별은 동시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그녀는 먼저 떠났고 나는 뒤늦게 혼자 남았다는 걸,
그녀의 스토리를 통해 매일 확인했다.


그녀는 앞으로 가고 있었고 나는 화면 속에서 제자리에 있었다.
그 차이가 나를 더 무겁게 만들었다.


한 번은 그녀가 새 옷을 입고 찍은 거울 셀카에 익숙하지 않은 남자의 아이디로
‘예쁘네’라는 댓글이 달렸다.
그 짧은 문장이 내 마음을 이상하게 울렁이게 했다.
질투라기보다는, 완전히 잊혀졌다는 실감.


이제는 나와 전혀 관계없는 세계에서 그녀는 누구의 설렘이 되어가는 중이었다.

스토리는 24시간이면 사라지지만, 그 안에서 다시 살아난 감정은
며칠, 몇 달씩 내 안을 맴돌았다.


나는 그녀를 그리워한 게 아니라 그녀와 함께였던 ‘내 감정의 시간’을 붙잡고 있었다.
그 시간 속에 있던 나, 그 시절의 마음, 그 장면의 공기와 말투, 표정.
나는 그 모든 걸 통해 지금의 나를 계속 확인하고 있었다.


그래서 스토리를 지우거나 언팔하지 못했다.
그녀가 아니라, 그때의 나를 놓는 일이 될까 봐.

몇 번은 손가락이 ‘언팔로우’ 위에서 멈췄다.
“이제는 정말 그만 봐야겠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다 결국 다시, 그녀의 동그란 프로필을 눌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더 이상 스토리를 올리지 않았다.
하루, 이틀, 사흘… 그녀의 계정은 조용했고, 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허전함을 느꼈다.

그녀가 나를 떠난 건 오래 전 일이지만, 그녀의 일상도 내 일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 같았다.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나는 그 사람을 놓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그 시간을,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 있었던 ‘나’를 놓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내가 사랑했던 건 그녀일 수도 있고, 그녀를 바라보던 나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 짧은 스토리를 통해 그 시절의 나를 계속 확인하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가끔, 그녀가 스토리를 올릴 때면 나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누른다.


상처받을 걸 알면서도, 다시 기억에 흔들릴 걸 알면서도.

그녀는 아마 모를 것이다.


누군가가 그 15초짜리 화면 속에서 몇 달 치의 감정을 꺼내 보고 있다는 걸.

그건 그녀의 잘못도, 내 잘못도 아니다.
그저 우리는, 서로를 지나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언젠가 정말 괜찮아진다면, 나는 그녀의 스토리를 보지 않아도 그녀를 떠올리지 않을 것이다.
그날이 오면, 스토리가 사라져도 내 마음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땐 알게 되겠지.

나는 그 시간을 무사히 지나왔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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