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을 예감하는 순간들

모른 척했던 나, 이미 떠났던 너

by 진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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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항상 ‘예고 없이’ 오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아주 늦게서야 알게 되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녀의 톡이 짧아졌던 게, 연락하는 간격이 길어졌던 게, 통화가 어색해졌던 게…

기억을 더듬어보면 특별한 사건은 없었다.


크게 다툰 적도, 누군가가 먼저 마음을 다친 흔적도 없었다.

단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류 같은 것이 있었다.
겉으로는 평온했다.



우리는 여느 때처럼 연락했고, 약속을 잡았고, 함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어딘가가 자주 서늘했다.

말투는 여전했지만 온도가 달랐고,
표정은 익숙했지만, 같은 공간에 있을 때 그녀의 시선은 나를 지나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하루 중 가장 기다려졌던 연락이, 어느 순간 ‘헤어지자’는 말을 듣게 될까 가장 두려운 알림이 되었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설렘 대신 긴장이 먼저 찾아왔다.



그녀는 여전히 내 곁에 있었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아니 어쩌면 더 중요한 부분은 이미 멀어지고 있었다.
누가 먼저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를 조용히 놓고 있었다.
그게 ‘헤어짐을 예감하는 순간들’의 시작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다정했다.
내가 묻는 말엔 답을 했고, 웃어줬고, 안부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 다정함은 어디까지나 겉모습에 가까웠다.
그럴수록 내 마음은 조용히 상처받았고, 조금씩 놓기 시작했다.



만났을 때, 그녀의 말투엔 힘이 없었고 눈빛은 자주 다른 곳을 향했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그랬구나” 같은 무심한 말만 돌아왔다.
나 역시 말을 멈췄다.
왜냐하면… 그 말 뒤엔 어떤 감정도, 어떤 관심도 실려 있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무언가가 분명 어긋나고 있었다.
그때는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건 ‘거리감’이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이상하게 혼자인 기분.
함께 웃고 있어도, 마음은 따로 흘러가는 것 같은 느낌.
예전엔 편안함으로 여겼던 침묵이, 이제는 어색하고 무거운 공기처럼 느껴졌다.



“요즘 왜 그래?”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같았다.
“아니야, 그냥 좀 피곤해서.”

그 말은 우리 사이의 어떤 문을 조용히 닫는 듯한 말이었다.
나는 그 문을 열어보려 하지 않았다.
아니, 열 용기가 없었다.



그 조용한 거리감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나는 더 묻지 않았고, 다른 하나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서로를 향한 배려였는지, 회피였는지 모르겠지만—
그 모든 침묵들이 결국 이별의 얼굴을 하고 찾아왔다.

이제 돌아보면 알 수 있다.



그날의 무심한 표정, 바쁘다는 말, 짧아진 답장들, 길어진 연락의 텀…
이별은 이미 조용히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별은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치는 폭풍이 아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스며들던 작은 균열이 어느 날 문득,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느끼면서도 애써 외면했고 그녀는 그것을 알면서도, 끝내 말하지 않았다.


우리가 서로를 향해 말하지 않았던 수많은 침묵들.
그 조용한 회피가 결국 이별의 모양이 되었다.

그때 내가 조금 더 용기를 냈다면, 그녀의 말이 아닌 마음을 들으려 했더라면—
그 결말은 달라졌을까.


그 질문은 지금도 마음 어딘가에서 조용히 나를 붙잡는다.
그리고 그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은 대화처럼 내 안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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