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보다 작았던 마음

우리는 종종 이유를 찾는다

by 진하준

우리는 종종 이유를 찾는다. 거리가 멀어서라고 말하고, 취미가 맞지 않아서라고 말하고, 서로 너무 다른 사람 같아서라고도 말한다.


바쁘다는 핑계, 타이밍이 아니라는 변명,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말까지...

그렇게 하나씩 이유를 붙여가다 보면 마치 그 관계가 어쩔 수 없어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조용히 마음을 들여다보면, 결국 남는 문장은 하나다.

'그 모든 것을 뛰어넘을 만큼 나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말 많이 좋아했다면, 거리는 핑계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취미가 다르면 서로를 배워가면 되었고,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면 그 다름을 알아가는 재미로 삼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견딜 수 있다.

피곤함도, 어색함도, 약간의 불편함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가 멈춰 섰다는 건, 그 모든 수고를 감수할 만큼의 마음이 아니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아프다. 나는 이유를 붙잡고 싶었다.

우리가 멀어진 건 상황 때문이라고, 환경 때문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래야만 덜 상처받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늘 단순하다.

그녀는 나를, 나는 그녀를, 서로가 기대했던 것 만큼 좋아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실 나 역시 두려웠다. 이 연애를 시작해도 괜찮을지,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혹시 상처받지는 않을지.

나는 온전히 마음을 내어주지 못한 채 계산을 했다.

좋아하는 마음보다 걱정이 앞섰고, 설렘보다 불안이 컸다.

어쩌면 나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사람이 나를 전부 뛰어넘을 만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나 역시도, 모든 것을 감수할 만큼의 확신은 없었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멀어졌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주 조금씩.. 조금씩.. 연락이 느려지고, 약속이 미뤄지고, 대화가 짧아졌다.

큰 싸움도 없었고, 극적인 사건도 없었다. 그저 마음의 온도가 미묘하게 식어갔다.

서로를 붙잡을 만큼 뜨겁지 않았고, 놓아버리기엔 아직 아쉬운 어중간한 온도였다.


우리는 서로를 탓할 수 없다. 좋아하는 마음에는 크기가 있고, 그 크기를 억지로 키울 수는 없으니까.

누군가에게는 모든 걸 뛰어넘을 만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는 거기까지는 가지 못한다.

그 차이가 관계를 만든다. 그리고 때로는 끝내기도 한다.


나는 이제 조금은 솔직해지려고 한다.

거리가 문제가 아니었고 취미도 문제가 아니었으며, 상황이 아니라 결국 선택의 문제였다는 것,

우리는 좋아하는 만큼 버티지 못했고, 핑계를 고르느라 진짜 이유를 말하지 못했을 뿐,

결국 우리 마음이 그 모든 것을 뛰어넘을 만큼은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슬프지만, 그게 가장 정확한 문장이라는 것을 인정하려 한다.


그리고 그 사실 속에서 나 자신도 함께 돌아본다.

나는 누군가를 모든 것을 뛰어넘을 만큼 좋아해본 적이 있었는지, 또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본 적이 있었는지.

결국 이별은 대단한 이유가 아니라, 마음의 크기 차이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충분히 좋아하지 못했고, 충분히 용기 내지 못했다.

그래서 멀어졌다. 아프지만, 그게 우리의 진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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