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더 이별하는 마음으로
언제부터였을까. 너를 자주 떠올리지 않게 된 게. 요즘엔 회사 일에 치여 매일 정신없이 살아가다 보니, 어느새 네 생각을 하지 않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회의 준비와 일정 확인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팀 미팅과 업무로 가득 찬 시간을 보내다 보면 퇴근 무렵엔 이미 하루가 다 지나 있다.
퇴근길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다가도, 네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때면 묘한 감정이 스친다.
예전 같았으면 그런 순간에도 너의 기억이 틈입했을 텐데, 이제는 그 틈마저 조용하다.
그 시간들 속엔 네가 없었고, 나는 점점 그 자리의 고요함에 안정을 느끼게 되었다.
처음엔 그 공백이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자리는 내 일상 속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
너 없는 하루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익숙해진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예전엔 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이 조금씩 편해졌고, 너를 그리워하는 감정도 잔잔한 물처럼 잠잠해졌다.
언젠가는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감정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내 안에서 자리를 내어주고 있었다.
힘들어할 때 말없이 옆에 있어주던 친구들이 있었다. 내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 친구들은 요즘 가끔 너의 안부를 조심스럽게 말해온다. 이제는 네 이름을 들어도 울컥하지 않는다.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가볍게 웃어 넘길 수 있게 됐다.
그럴 때마다 가끔 생각한다. "내가 정말 너를 잊은 걸까?" 정확히 모르겠다.
완전히 잊은 건 아니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마음이 크게 흔들리진 않는다.
그 감정은 조용히 내 안에서 잦아들었다. 아프지도 않고, 반갑지도 않은 어떤 기억처럼.
예전엔 네가 내 옆에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버틸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 네가 다른 사람과 함께라는 현실이 나를 얼마나 무너뜨렸는지, 그때의 나는 아마 평생 기억할 거다.
밤새 뒤척이며 너를 잊기 위해 애쓰고, 익숙하던 길조차 피하며 돌아가던 날들이 있었다.
네가 좋아하던 노래, 말투, 향기까지도 모두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것들이 더 이상 내 일상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 기억들이 내게서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다는 걸, 스스로 느낄 수 있다.
이제 너는 내 안에서 '그리운 사람'이라기보다는, '기억 속의 사람'이 됐다.
함께 걷던 거리, 함께 앉았던 카페, 그 모든 장면들은 이제 흐릿한 빛으로 덮여 있다.
네 이름도 어느 순간부터 입에 올리지 않게 됐다.
지금의 나는 간절하게 바라는 단 한 가지가 있다.
어디 있든지, 나쁜 소식만은 들리지 않기를.
가끔 네가 없는 일상을 돌아보면, 처음엔 많이 허전했지만 이제는 괜찮다.
그 빈자리가 하나의 익숙한 자리가 되었고, 사람은 생각보다 금방 익숙해지고 적응한다는 걸 알게 됐다.
지금처럼, 더 이상 그리움에 아프지 않은 내가 오히려 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내가 힘들어할까봐 조용히 있어줬던 친구들이 이제는 너에 대해 웃으며 말한다.
그리고 나도 그 얘기를 웃으며 들을 수 있게 됐다. 그런 내 모습이, 스스로도 놀랍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오늘 너와 한 번 더 이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 우리 한 번 더 이별하자. 지금까지 함께했던 기억들 위에 조용히 마침표를 찍자.
이름도, 감정도, 조용히 놓아주고 싶다.
억지로 잊으려는 것도 아니고, 일부러 기억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보내주고 싶다.
그리고 이제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도 하지 못했던 그 말. “안녕.”
언젠가 돌아올 것 같아서 차마 하지 못했던 그 인사. 이제는 그 기대도 놓아주려 한다.
그 긴 기다림은 결국 나만의 시간이었고, 어쩌면 내가 조금 더 단단해지기 위한 과정이었다.
그 속에서 나는 많은 걸 배웠다.
내 감정에 대해, 나 자신에 대해, 그리고 사랑이란 게 얼마나 여러 감정을 포함하고 있는지도.
그래서 오늘, 나는 진짜로 너와 이별할게.
다시는 네 이름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는 날이 온다면, 그게 아마 진짜 너를 놓은 날일 거야.
네가 어디에 있든, 제발—
나쁜 소식만은 들리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