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문턱을 넘듯
너는 조용히 내게 와
늘어선 피로의 그림자 위에
따뜻한 숨 한 겹을 덮어 주었지.
그날 이후로
내 하루는 조금 느려졌고,
나는 뒤늦게 알게 되었어
숨 쉬는 일이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서두르지 않는 걸음으로
황혼의 가장자리를 따라 걸었지.
멀리 바라보는 시간 속에서
사소한 것들이 비밀처럼 빛났고,
말로 다 못한 마음들은
서로의 침묵에 기대어 자라났어.
계절은 오고 가며
수많은 스침과 흩어짐을 데려왔지만,
그 모든 흔들림 끝에서
나는 마침내
너라는 이름의 자리로 닿았어.
처음 네가 남기고 간 향기,
울고 웃던 순간들이
내 마음 속에 아직도 선명해
지워지지 않는 별자리처럼.
나는 더 이상
큰 소원을 세지 않아.
네가 웃어 주는 한 번의 순간이면
삶은 충분히 환해진다는 걸
이미 알아버렸으니까.
바람이 좋은 날이면
우리는 행복을 노래로 불렀고,
긴 겨울을 지나면서도
너를 생각하면
세상이 덜 차갑게 느껴졌어.
그래,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었구나.
이토록 눈부실 수 있었구나.
그러니 내 마음의 소리가
너에게 닿아
약속의 꽃으로 피어나길.
하늘을 올려다볼 때마다
꽃들이 헤엄치는 듯한 봄이
우리 안에 가득하길.
그리고 언젠가
시간이 우리를 조금 멀리 데려가도,
나는 기억할 거야.
영원이라 부를 만한 이야기의 시작이
바로 너였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