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문장

by 진하준

눈은 아무 말 없이
도시의 모서리를 둥글게 감싸고,

나는 네 이름 한 번 부르지 못한 채
입김만 오래 바라본다.


가로등 아래 쌓인 흰 저녁은
다 하지 못한 말들처럼
조용히 발끝에 내려앉고,


주머니 속 식은 손은
누군가의 온기를 기억하는 듯
자꾸만 허공을 쥐었다 놓는다.


이 계절이 유난히 깊은 이유는
추위 때문이 아니라
네가 없는 자리까지
환하게 드러내기 때문일 것이다.


창문 너머로 번지는 눈발을 보며
문득,
너도 지금 같은 하늘 아래 서 있을까 생각한다.


같은 겨울을 건너면서도
서로 다른 외로움 속에 있을까,
아니면 너는 이미
따뜻한 웃음 곁에 닿아 있을까.


나는 아직
전하지 못한 마음 하나를 품은 채
하얗게 쌓여가는 밤을 걷는다.


언젠가 눈이 그치고
새벽의 길이 다시 제 색을 찾더라도,

오늘만은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고백처럼
너를 향해 내리는 겨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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