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먹기 나름
새벽 2:30이었다. 날씨가 더워 방문을 활짝 열고 자고 있었다. 물론 가족들은 모두 집에 도착해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우리 집 번호 키를 누르는 것이다. 불안한 마음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현관 쪽으로 갔다. 현관문에 손을 대는 것도 무서웠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현관문의 걸쇠를 겨우 걸었다. 안도감에 가슴이 더 뛰었다.
잠자리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뒤척이며 도대체 이 시간에 남의 집 도어락을 왜 누른 것일까? 술에 취해서 집을 잘못 온 것인가 잘못 왔다면 번호 키를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눌러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면 우리가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도둑질이라도 하러 온 것인가. 별의별 생각에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옆에 누워 있는 남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잠을 자고 있었다. 똑같이 번호 키를 누르는 소리를 들었는데 어쩌면 이렇게 반응이 다른지 그것마저도 궁금했다.
순간적으로 잠이 들었다. 꿈에서 침입자는 번호 키를 결국 풀었다. 내가 걸쇠를 걸어 놓았기에 문을 바로 열 수 없었다. 침입자는 걸쇠를 미니 톱으로 자르고 있었다. 톱 쓰는 소리가 "쓱싹쓱싹" 일정하게 들려왔다. 침입자는 집으로 들어왔고 내가 있는 안방으로 왔다. 안방 화장실 앞에 서 있었다. 어두워서 형태만 보였는데 사람의 모습이었다. 나는 소리를 지르며 악몽에서 깨었다.
결국 남편은 내가 극도로 불안해한다는 것을 알고 자신도 잠을 못 이루었다. 일어나서 현관문을 향해 왔다 갔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도어락 소리를 작게 조정하고 있었다. 나는 안 된다며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누가 침입했는지 알 수 없지 않냐고 했다. 그날은 일요일 새벽이었다.
아침이 되자 조금은 진정되었지만, 모든 것이 미스터리였다.
왜 번호 키를 한 번만 누르고 말았는지..
꼭대기 층도 아닌데 왜 19층까지 왔는지..
자기 집이었으면 초인종이라도 눌렀을 텐데..
우리 아파트는 동이 많지 않아 헷갈릴 리는 없고..
한 동에 라인이 많아 잘못 들어올 수 있기는 한데..
휴일이 온통 궁금증과 의심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내일이 기다려졌다. 9시가 되자마자 관리사무소에 가서 엘리베이터 CCTV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월요일 아침이 되었다. 나는 득달같이 관리사무소로 달려갔다. 혹시라도 관리사무소에서 CCTV를 안 보여준다면 경찰서로 가려고 했다. 다행히 나는 서류를 작성하고 엘리베이터 CCTV를 보게 되었다.
확인을 해 본 결과 20대 정도의 남성이었다. 술에 취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바로 19층에 내려 우리 집의 번호 키를 한 번만 눌렀다. 그러고는 뒷걸음질을 치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거울에 비친 얼굴을 사진으로 찍었다. 경비아저씨와 관리소 직원은 새벽 택배아저씨, 가족 중 아는 사람, 전에 살던 사람 아니냐며 마구 떠들어 댔다. 아무 말 대잔치였다.
추적하기 위해 다른 라인의 엘리베이터 CCTV도 보여달라고 하였으나 개인정보 때문에 더는 안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내가 사진을 가지고 옆 라인의 19층을 찾아가겠다고 하자 극구 말렸다. 차라리 경찰에 신고하라고 하였다. 두 아저씨는 또 112에 신고해야 한다는 둥 파출소에 직접 가서 신고를 해야 한다는 둥 자기들끼리 언쟁을 벌였다. 나는 그곳을 나와 직접 확인했다. 우리 집 옆 라인으로 갔다. 동 현관문 비밀번호가 같았다. 번호가 같다는 것이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19층으로 올라가 보았다. 느낌이 비슷했다. 번호 키도 동일해 보였고 위치도 같았다.
동네를 한 바퀴 돌며 마음을 다잡았다. 앞으로 이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불안에 떨며 살 것인지 상황을 극복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살 것인지 마음의 결정을 해야 했다.
'마음먹기 나름이다. 극복하고 편안히 살자'라는 결심을 했다.
동네 주민이 자기 집인 줄 알고 왔다가 순간적으로 아닌 것을 알고 바로 갔던 거야. 그렇게 결론을 내리니 마음이 편해졌다. 한 여름밤의 해프닝으로 결론지었다.
단지, 우리 가족한테는 당부했다. 딸에게는 엘리베이터에 남자가 같이 타려고 하면 되도록 계단으로 올라가서 따로 타고 오라고 했고, 남편에게는 내가 먼저 잠자리에 들므로 밤에 현관문 걸쇠를 꼭 걸라고 했다. 이 사건이 도리어 경각심을 일으켜 가족 모두가 안전에 유의하게 되었다.
그날부터 정확한 성격인 남편의 핸드폰에서는 저녁 23:30에 알람이 울렸다. 현관문 걸쇠를 걸어 놓기 위한 알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