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

거리의 핸드폰

by 조은주

무슨 케이스를 연구하는 사람처럼 나는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로변 벤치 위에 누군가 두고 간 핸드폰!

나의 위치는 건너편 지하철 2층 플랫폼이었다. 지나는 사람들이 아주 잘 보였고, 내가 보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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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습득한 첫 번째 사람은 할머니였다. 운동을 하러 나온 듯한 할머니는 호기심에 핸드폰을 주웠다. 하지만 옆을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간섭한다. 추정상 아주머니는 남의 것을 주우면 안 된다고 그 자리에 그대로 놔두라고 참견하는 듯 보였다. 할머니는 겸연쩍게 핸드폰을 고이 제자리에 두었다. 가지려 하기보다 그냥 핸드폰 안이 궁금했던 것이다. 그런데 아주머니의 방해로 들여다보지도 못했다.

두 번째는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바로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자리를 떠나면서 뒤에 따라오는 사람의 눈치를 한번 보았다. 죄지은 것도 없으면서.

세 번째는 청년이었다. 나는 궁금했다. 앞의 두 사람의 행동을 보았기에 무슨 행동을 할까. 청년은 핸드폰이 놓여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지나갔다.

네 번째는 공유자전거를 탄 아저씨였다. 아저씨는 핸드폰을 보자마자 망설임도 없이 바로 핸드폰을 챙겼다. 자기 것인 양. 나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눈으로 아저씨의 가는 방향을 쫓았다. 아저씨는 갑자기 좁은 골목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나는 세 가지를 추정했다. 50대로 보이는 아저씨가 공유자전거를 탈 정도면 기계를 잘 다룬다는 것이며 그렇다면 핸드폰도 잘 처리(?)할 수 있겠다는 첫 번째 추정,

아니면 바로 뒤에 파출소가 있는데 아저씨가 정직해서 그곳으로 가져다주었다는 두 번째 추정,

아니면 진짜 주인! 세 번째 추정이다.

그 뒤로 핸드폰의 행방은 알 수 없지만 잃어버린 주인은 애가 많이 탔을 것이다.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행동이나 표정이 쫄깃한 재미를 가지게 하였다. 어떤 말을 하는지 들을 수 없었지만 행동만을 보고도 그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새삼 무섭기도 하였다.

우리의 표정과 몸짓, 짧은 대화 등이 서로를 드러내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조심스러워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지하철이 도착하는 바람에 나의 인간 심리 연구는 거기서 마무리되었지만,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나는 무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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