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사건
오후 출근을 위해 마포대교를 걸어서 여의도로 가고 있었다. 그날따라 마포대교에 아무도 없는 것이 이상했다. 하지만 오가는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을 싫어하는 나는 소리를 내어 노래를 부르며 마음껏 마포대교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렇게 자유로운 기분으로 걷고 있는데 가지런히 신발과 가방이 놓여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여성의 것이었다. 왜 이런 곳에...
고개를 들어보니 어떤 젊은 여성이 대교 난간 바깥에서 손을 뒤로 잡고 서 있었다. 나는 놀랄 겨를도 없이 여성에게 순간 이동을 했다. 울고 있는 여성은 뛰어내리기 직전이었다. 나는 뒤에서 여성의 어깨를 감싸며 붙들었다. 온 힘을 주며 "이러지 마요. 이러지 마."를 반복하며 붙들고 있었다. 다급한 상황이라 손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 시간만큼은 지나가는 사람이 없는 것이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다행히 마포대교는 차들이 많이 지나다닌다. 갑자기 세울 수는 없겠지만 아마도 지나가는 차들이 신고를 한 것 같다. 신고도 하지 못하고 난감해하고 있을 때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도착한 경찰은 바로 여성의 발목과 아래 난간에 수갑을 채웠다. 그러면서 여성을 붙잡고 나에게 어깨를 놓아도 된다고 했다. 여성은 살았다. 죽으려는 이유는 모른다. 나는 경찰에게 연락처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여성을 붙들던 나의 왼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죽음의 경각을 눈앞에서 겪은 와중에도 나는 출근 시간이 늦을까 서둘러야 했다. 마음 같아서는 경찰차를 같이 타고 가면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런 짓을 벌였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목숨을 버리려는 것에 화를 내고 싶었다.
그날 나는 겨우 근무하면서 황당한 상황을 접한 것에 하루 내내 멍한 기분이었다.
마포에 살면서 여의도의 학원에 근무하기에 늦은 시간에 출근을 한다. 마포대교는 마포나루역이 바로 옆에 붙어 있기에 접근성이 좋다. 쉽게 대교를 오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자살률이 매우 높은 대교이다. 그날 내가 늦은 출근이었던 것과 때마침 버스를 이용하지 않은 것이 그 여성에게는 천운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좋아하던 마포대교 걷기를 한동안 하지 못했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그 지점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한 달이 지나서야 용기를 내어 그곳에 가 보았다.
나는 마포대교를 걸으며 시원한 바람과 한강의 윤슬을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내 마음에 쓰레기 같은 생각이 가득하다고 느낄 때 한강을 보면서 위로를 받았다. 마포대교는 잦은 자살로 인해 다리 난간에 높은 안전장치를 해 놓았다. 용산 쪽에 있는 원효대교는 사람들의 접근성이 떨어져 높은 안전장치가 없다. 가끔 원효대교 쪽으로 지나갈 때면 난간에서 머리를 숙여 한강을 내려다본다.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과 함께 한강과 함께하고 싶다는 일시적인 생각까지 하곤 했다. 나쁜 생각이 아닌 한강에 위로받고 있다는 생각에 엉뚱한 발상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조차도 절박한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사치처럼 느껴졌다.
세상이 아무리 괴롭고 모순적이어도 우리는 결국 살아지게 된다. 이 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과거가 될 것이며 우리의 현재와 미래는 분명 더 나아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