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콩쿠르장
내가 악기라는 사람이 있었다
소리 없는 아우성을 콩쿠르장으로 만든다
나의 외침이 음률이 되어 그에게 들린다
음계가 없었는데 멜로디가 생기는 마법이란
긴 호흡과 감정이 섞이는 것
감정의 소용돌이는 라시도레미
나를 작곡해 보던지
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을 친다
누가 이 땅을 단 한 번이라도 가늠해 본 적이 있었을까
내 열 손가락이 박힌 나사처럼 피아노 위 뻗어져 있다
독수리 흉내 내는 까마귀 떼가 콩쿠르장을 돈다
네 갈비뼈속 번지는 멜로디가 내가 친 음계였다니
아니 아니야 쏟아부어진 어느 날 울분이 아주 잠깐 네 꿈을 스쳤을지도 몰라
오른손검지 손가락으로 도레미파솔 젖어드는 물결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