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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묘를 바라보다

그리다가 바라보게 되다

by Christina Lee

화실에서는 완성이었는데

집에 와서 다시 보니 그가 보이지 않았다


까마득한 과거에서 온 연필은

20년 전으로 돌아가 미끄럼틀 탄 듯

뭉툭함 속 그가 걸어온 길을 가두고 있었다

집을 나설때는 몰랐는데 이제나 올까 저제나 올까

기다렸던 날짐승 냄새가 코를 찌른다


연필과 눈이 다툰다

지금쯤이면 이정도면 완성이겠지

한걸음 두걸음 뒷걸음질쳤는데

잘 모르겠더라


연필심이 내맘에 턱 박힐때

그때쯤이라면 다시 올까

그래도 모르겠더라


끝이 없어 아름답다고

내 손목에 채워진 팔찌가 언제 이렇게 헐렁해졌지

마무리가 되지 않아 답답하다

툭 놓는다


소묘를 그리다가

소묘를 바라본다

창 밖에는 아직도 3월의 눈이 내린다

연필을 잠시놓고 나는 한달음에 3월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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