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학원 보내줘"하는 언니의 말에 엄마는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으셨다. 그런데 얼마 후 공부를 잘한다는 소문이 돌고 전교 1등이라는 말에 수학학원에서 자기네 학원에 다녀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엄마는 나에게 피아노가 배우고 싶으면 언니에게 배우라고 말씀하셨다. 언니는 빨간색 색연필을 건반 맨 끝에서 다섯 번째에 두더니 "한 번 치면 이거를 한 칸 옆으로 옮겨"하고 말했다. "도레도레도레"를 치면 너무 지루했다. 언니는 그래도 차례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얼마 후 "엄마 언니한테 배우기 싫어"하고 말하고 언니가 피아노를 치면 밖으로 도망을 나왔다.
학원을 다니지 않는 나는 하교 후에는 너무 심심했다.
화장실에 다녀온 뒤에는 집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흙놀이를 제일 좋아했고 나뭇가지를 주워 흙에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풀잎을 뜯어서 흙을 넣고 돌돌 말아 나뭇가지를 끼워 김밥을 만들기도 했다.
고운 모래와 자갈을 따로 담아 요리를 하기도 하고 깨진 주방그릇에 담기도 했다.
지구반대편까지 땅을 파보겠다며 땅을 파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물이 나올 때까지 파야지 했다가 결국은 작은 구멍하나를 파내고 함정이라며 나뭇잎을 덮기도 했다.
가장 찾기 쉬운 건 개미였다. 개미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시간이 금방 갔다. 개미들은 보기보다 무척이나 힘이 셌고 맛있는 것을 보면 금방 줄을 지어 집으로 옮겼다. 사탕이나 맛있는 것이 있으면 일부러 개미집 근처에 놓은 뒤 나중에 화장실에 다녀올 때 살펴보곤 했다. 어떤 때는 맛있는 걸 옮기는 게 너무 올래 걸려서 개미집 입구로 옮겨주니 개미들이 당황해서 방황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한 번은 우연히 텃밭에서 어떤 풀을 보았는데 손으로 만지니 웅크려 들었다. 너무 신기해서 한번 더 찔러보았다. 여러 번 찌르면 혹시나 고장이(?) 날까 싶어서 하루에 딱 한 번만 콕 찔러주었다.
여러 명이 찌르면 아플까 봐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혼자서 몰래 살펴보는 비밀친구였다.
얼마 후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 후로 비슷한 풀은 모두 찔러보는 버릇이 생겼다.
하지만 그 후로는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