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이장님을 통해 열린다
일요일 아침부터 노래소리가 들린다. 엄마는 노래를 듣기보다는 부르길 좋아하셨다.
아침 식사를 차리며 혼자 흥얼흥얼 노래 부르는 소리를 듣고 깰 때가 있다
그리고 대부분은 찬송가를 부르시는데 이 시끄러운 소리는 가요소리였다.
나는 시끄러운 소리에 도저히 잘 수가 없어서 일어났다
“엄마 이게 무슨 소리야?”
“몰라 이장님이 틀었나봐”
동네에서 안내방송을 하는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였다.
전원일기를 보면 가끔씩 동네에서 방송하는 것, 이것이 그것이다.
처음 들었을 때는 매우 신기했었다.
“아 너무 시끄러워”
“조금 있으면 끝나겠지“
상을 다 차리고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나니 노래가 꺼졌다.
“이 동네는 이래도 민원이 안 들어오나?”
“그러게”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고 그릇을 정리했다
동네 방송을 듣는건 생각보다 자주 있었다
결혼식이 있다고 마을회관 앞에서 버스를 타고 같이 출발한다고 시간 맞춰 나오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동네 할머니 칠순이라며 식사 대접 한다고 밥 먹으러 마을회관으로 오라고 하기도 했다
“아아 안내말씀 드립니다..”하면서 말씀하시는데 이장님이 목소리를 깔면 대부분 못 알아 들었다
“엄마 뭐래?”하면 엄마는 대부분 잘 알아들으시고 설명해주셨다
일요일 아침에는 “안내말씀드립니다 성학국민학교 5-6학년 학생들은 마을회관앞에 모여주세요“하고 방송이 나왔다.
“엄마 이게 뭐지?”
“몰라 한번 가봐”하고 말해서 나가보니 아이들이 비닐봉지를 들고 서있었다
“뭐하는거야?”
민정이가 졸린 눈을 비비며 “쓰레기 줍는거야”하고 말했다.
이 동네는 참 뭘 줍는걸 좋아하는구나. 학교에서는 돌멩이를 줍고 일요일은 쓰레기를 줍고..
아이들에 끼어서 쓰레기를 줍고 나니 아이들이 알아서 흩어져 집으로 돌아갔다.
어느날 밤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아이가 우는 듯 하지만, 아이는 아닌듯한 우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전설의 고향이 생각나면서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나는 내 귀를 의심하며 너무 무서워서 모르는척 집으로 얼른 들어갔다
엄마에게 이야기 하니 “엄마는 못 들었는데 아랫집에 애기가 사나?”하고 말씀하셨다
다음날 새벽 화장실을 다녀온 엄마는 그 소리를 들으셨다고 하셨다. 그 소리를 따라서 가보니 화장실 가는 길에 오른쪽에 사람들이 잘 안 가는 작은 언덕이었다고 한다. 전체는 시멘트를 발라놓았는데 겉보기로는 그리 오래된 곳은 아닌듯했다. 사람 한명이 서서 내려갈 정도의 넓이로 깊게 파놓은 곳에 굵은 철로 ‘ㄷ’자 형태의 계단을 밟고 한참을 내려가야했다. 하지만 나는 위에서 보기만 해도 너무 무서웠다. 아래를 살짝 내려다봤을 때는 쓰레기들만 보였었다
엄마가 그 곳을 들여다보니 강아지가 한 마리 있었다. 강아지가 울면서 엄마를 쳐다보고 있었다고 한다. 강아지는 밤새 너무 울어서 이미 목소리가 쉰 상태였다. 작은 소리였지만 엄마는 내 이야기를 기억하고 가보셨다고 한다. 도움이 필요한 강아지를 발견한 엄마는 어디에 연락해야할까? 그렇다 이장님이다. 모든 길은 이장님을 통해 열린다는 사실을 우리 가족은 잘 알고 있었다.
이장님에게 전화를 하고 나니 얼마후 방송이 나왔다
“아 아 안내말씀 드립니다. 갈색 강아지를 잃어버린 분은 이장댁으로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안내 말씀 드립니다…”
나는 학교에 갔지만 엄마말로는 아래 아래집에 사는 할머니네 개였다고 한다
“아이고 얘가 여길 어떻게 들어갔대 안보여서 한참 찾았는데”하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동네 아저씨 한분이 꺼내오셨는데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이 없었다고 하셨다. 개 울음소리가 그렇게 슬픈지 처음알았다
그 이후로도 아침방송은 계속 되었지만 나중에는 노랫소리에도 늦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