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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못생긴 새끼 손톱

아빠의 친구

by 맑은희망

집으로 전화가 오면 대부분 엄마나 아빠를 바꿔달라고 말하는데 이 분은 “응 큰 아빠야”하고 말했다. 아빠를 바꿔주고 나면 뭔가 이상했지만 얼마뒤 언니가 “큰 아빠 아니고 아빠 친구야”하고 말했다. 아빠에게 “아빠 큰 아빠라고 하는데?”하고 말하니 “걔는 나보다 생일도 느리면서”하고 말씀하셨다.


아빠 친구는 조금 더 도시로 가는 길 옆에 식당을 하셨다. 우리보다 조금 더 큰 언니랑 오빠가 있었는데 엄마는 그 언니의 옷을 우리에게 입히셨다. “미안해”하고 엄마는 말했지만 나는 사실 옷이 마음에 들었다. 뭔가 색이 좀 세련된 느낌이었고 옷 디자인도 이뻐보였다. 언니가 얌전한지 옷도 거의 새 거 같아서 옷이 새로 오면 언니랑 같이 옷을 골랐다. 언니랑 나는 연년생으로 키도 거의 비슷해서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였지만 대부분 언니는 어둡고 얌전한 옷을 택했다. 언니가 원하지 않는 옷은 나의 차지가 되었다.


사실 이 동네 아이들에게 놀란 것이 있다면 호랑이 무늬, 표범 무늬의 쫄바지였다. 이 동네에 살려면 입어야 하는 옷일까? 여러명이 입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 엄마는 가끔 우리 옷을 사줄 때면 대부분 누워있는 친구들을 골라 주었지만 얌전한 스타일을 좋아하셨다. 그런 엄마도 표범무늬, 호랑이 무늬의 옷을 입은 것을 본 적이 없기에 처음에는 적잖이 놀랐다. 하지만 그 비밀은 며칠 후 알게되었다.


교회에서 본 할머니였는데 어느날 우리집에 놀러 오셨다. 엄마랑 같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보따리 안에 그 바지가 보였기 때문이다. 엄마가 서울에서 아는 이모가 파는 화장품을 사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여기는 옷을 파는 할머니가 있다는 사실이다. '아 그래서 옷이 다 비슷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얻어 입는 다는 것은 모를테니 차라리 나는 호피무늬, 호랑이 무늬보다는 얻어입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아빠는 오랜만에 동창회에 다녀오셨다. 아빠는 새끼 손가락이 못생겼다. 뭔가 찌그러지고 손톱이 원래 크기보다 작았다. 아빠한테 “손톱이 왜 그래?"하고 물었더니 “모르겠네. 기억이 안나”하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동창회에서 한 친구가 오더니 “미안해. 이 손톱 내가 한거야. 나는 항상 네 생각을 했었어. 손톱이 괜찮은지 생각하면서..”하고 말했다고 한다. 아빠는 “아 그래? 몰랐어”하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아빠는 "나는 기억도 못하고 있었는데 걔는 평생을 나한테 미안해하면서 살았다네"하고 말씀하셨다. 못생긴 아빠의 손톱을 평생 기억하고 사는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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