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이 집에는 아주 큰 나무 대문이 있었다. 드라마에 나오는 부잣집 대문처럼 생겼다. 손잡이는 동그란 철로 만들어져 있었다. 집 앞에는 항상 경운기가 세워져 있었는데 민정이는 '딸딸이'라고 불렀다.
“왜 딸딸이야?"
“몰라. 다들 그렇게 부르던데?"하고 말했다. 가끔 경운기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저 소리 때문에 딸딸이라고 부르나?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민정이 집에는 왼쪽에 소를 키우고 있었고 집에는 대청마루가 있었다. 반들반들한 나무로 만들어진 대청마루가 나는 너무 좋았다. 손님이 왔을 때 집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마루에 앉으면 왠지 더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손님이 왔을 때 거부감 없이 이웃을 맞이하는 공간 같달까? 마루 위에는 가로로 긴 큰 액자가 있었는데 거기에는 작은 사진들이 모자이크처럼 붙여져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손주들까지 사진을 모아놓은 것 같았다. 가족사진 한 장을 붙여놓는 게 아니라 온 가족사진이 액자 하나에 규격도 딱 맞춰져서 들어있는 게 신기했다.
어느 날 민정이 집에 강아지가 생겼다. 서울에 사는 분이 사정이 생겨서 못 키운다고 주셨다고 했다. 나와 친구들은 강아지를 보러 놀러 가보니 고불고불한 갈색 털은 윤기가 나고 뭔가 시골에서 보지 못한 고급스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개는 소 키우는 옆에 목줄이 메어져 마당 한쪽에 있었다.
"집 안에서 키워야 하는 거 아냐?"
"엄마가 개를 싫어하셔..."
강아지는 뭔가 눈빛이 슬퍼 보였다.
"이름은 지었어?"
"초코라고 지었어. 초코야"하며 민정이가 불렀다.
며칠 후 민정이 집에 갔을 때 강아지는 한쪽 귀에 밴드를 붙이고 있었다.
"어머 다쳤어?"
"아빠가 털이 너무 길다고 가위로 잘랐는데 털인 줄 알고 잘랐는데 알고 보니 귀였어."
"엄청 아팠겠다."
"그니까"
집안에서 사랑받으며 컸을 강아지였는데 마음이 좀 아팠다.
시골에서는 대부분 집 마당에 강아지를 묶어놓고 키웠는데 가끔 임신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어른들이 돌아다니는 개를 의심하곤 했다. 가끔 개장사가 돌아다니면 개가 없어지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승철이네는 개한테 먹다 남은 음식을 주었는데 먹은 뒤 죽었다고 한다.
시골이라고 개들이 안전하게 뛰어놀며 살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