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산에 갈 때마다 도토리를 주워오셨다.
"엄마가 도토리묵 만들어줄게."
"엄마가 만들 줄 알아?"
"예전에 외할머니가 만드시는 거 본 적 있어"
그 후로 나도 길을 가다가 도토리가 보이면 주머니에 한 웅큼씩 주워왔다.
"조금 말라야 껍질이 잘 까지더라"하고 엄마는 신문지를 깔고 도토리를 말렸다.
한 번은 도토리에서 벌레가 기어나와서 그 뒤로는 도토리에 벌레가 먹은 구멍이 있는지 없는지 살펴본 뒤 도토리를 주워왔다.
내가 도토리를 주우니 친구도 같이 주워주었다.
"이거 봐봐"친구는 도토리 뚜껑을 손가락에 끼우고 손가락에 눈코입을 그렸다.
"모자 쓴거 같지?"하고 말한 뒤 "안녕! 난 도토리야"하고 말해서 같이 웃었다.
엄마는 도토리를 말린 뒤 껍질을 까서 가루를 만드셨다.
"엄마가 도토리묵 만들어줄게"
엄마는 도토리 가루에 물을 넣고 긴 나무 주걱으로 저었다.
"엄마 도와줄까?"
"아 이거는 뜨거워서 위험할 거 같애. 여러방향으로 돌리면 안되고 한 방향으로 꾸준히 돌려야해"
하며 엄마는 계속 저었다. 한참을 저은 뒤 스텐 그릇에 넘치기 직전까지 부었다. 윗 부분이 평평해 지도록 만든 뒤 두부를 담았던 플라스틱 통에도 가득차게 부었다. 두부담은 통을 버리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네..
"이거 잘 말리면 젤리처럼 된다"
엄마는 집에 있는 여러가지 통에 다 부은 뒤 냄비에 붙어있던 도토리묵을 긁어냈다. "먹어봐. 맛있지?"
냄비에 붙어있던 도토리묵은 누룽지같은 맛이 나기도하며 맛이 있었다.
엄마는 다 식고 난 도토리묵을 손가락으로 콕 찔러보시고는 랩을 씌워 "이거는 아랫집 아줌마 갖다드려. 처음이라 좀 못생겼다고 얘기해주고"하고 말씀하셨다.
나는 아랫집에 일주일에 세번은 오는 기분이었다.
"아줌마"
"경숙이 왔어? 들어와."
"엄마가 이거 드시래요. 처음 만들어서 못생겼대요."
"그래 처음인데 이쁘게 잘 만들었네. 잘 먹을게."하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밤을 삶았다며 큰 그릇에 담아주셨다.
엄마는 저녁에 도토리묵에 집에 있던 야채와 간장양념을 해서 부어주셨다.
젓가락으로 집다가 몇번을 떨어뜨렸다.
"그냥 숟가락으로 먹어" 엄마가 말씀하셨다.
"엄마 맛있어. 진짜 젤리같애."
"그치? 엄마도 오랜만에 해봐서 조금 못생겼지만 맛은 있네"
아빠는 "이게 만든거야? 우와 엄마도 이제 시골에서 굶어죽지는 않겠다"하고 말씀하셨다.
언니는 "나는 도토리묵은 싫더라"하고 말하더니 작은 도토리묵을 하나 골라서 먹었다.
"맛있네"하고 말하며 엄마를 쳐다봤다. 엄마는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도토리묵을 먹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