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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이 정도면 소꿉놀이네

by 맑은희망

엄마는 배추와 무를 텃밭에 심었다. 무는 제법 자라서 하얀 속살이 보였고 배추는 너무 커서 엄마가 줄로 묶어두었다. 하지만 김장을 제대로 해보지 않은 엄마는 옆집 아줌마에게 계속 물어보셨다. 다른 집들은 몇백 포기쯤 하지만 우리는 텃밭에 있는 30포기면 된다고 말씀하셨다.


“아이고 이 정도면 소꿉놀이네”하고 옆집 아줌마가 웃으셨다. 엄마랑 아빠는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다음날 새벽에 배추를 꺼내서 올려놓으셨다.


“경숙아 일어나봐 엄마랑 아빠가 갑자기 서울을 가봐야해. 엄마가 속은 다 해놨는데 언니랑 같이 속 좀 넣어줄래? 미안해.”하고 말씀하셨다. 배추를 보여주시며 “물이 빠지고 나면 이따가 11시쯤이나 되서 아랫잎부터 속을 넣으면 돼. 너무 많이 넣어도 안되고 하얀색이 없게 골고루 넣어줘. 미안”하고 말씀하시며 아빠랑 같이 차를 타고 떠나셨다.


언니랑 나는 고무장갑을 끼고 눈을 깜빡이며 배추를 쳐다봤다. “언니 해본적 있어?” “아니”하고 언니는 말하더니 배추를 가지고 왔다. 언니는 배추를 초록색이 보이는 뒤집은 상태에서 겉을 발랐다. “언니 하얀속입 보이게 해서 해야해”하고 말하니 “그래?”하고 말하더니 내가 하는걸 쳐다봤다. “이렇게 한잎씩 하는거래”하고 말하니 언니가 나를 보며 하나씩 발랐다.


“무는 몇 개씩 넣으래?” “모르지 나야” “배추가 왜 이렇게 커?”언니는 말하더니 작은 손으로 못 잡아서 배추를 놓치기도 했다. 다한 뒤 “이제 어떻게 해?”하고 말하니 언니는 "내가 봤는데 이렇게 모은 다음에 마지막 초록잎으로 감싸는 거지. 그래서 통에 담는거야 어때?"하고 말하며 으쓱해 보였다. 우리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게 맞아?’ 생각하며 김장을 했다.


3포기쯤 했을 때 아랫집 아줌마가 오셨다. “뭐야 엄마 어디가셨어? 아이고 둘이 하는거야?”하고 말씀하셨다. “아이고 배추가 다시 밭에 들어가겠네. 잠깐만”하시더니 고무장갑을 들고 오셨다. 아줌마 손은 우리 손의 100배쯤 빨랐다. 잠시후 어떻게 아셨는지 동네 아줌마 2분이 더 오셨다. “이게 다래?”하시더니 순식간에 속을 다 넣으셨다. “부족하면 우리꺼 좀 주지뭐”하고 말씀하셨다. 기계처럼 빠른 손놀림으로 순식간에 배추속을 넣으셨다.


달인이다.


“너희가 치울 수 있지? 김치는 시원한데 둬. 냉장고에 아직 넣으면 안돼”하고 말씀하시고는 사라지셨다. 언니와 나는 너무 놀라서 ‘생활의 달인‘이 생각났고 언니는 엄지를 치켜올렸다

밤이되서야 엄마가 오셨다. “미안해. 김치 어떻게 됐어??”하시며 통을 열어보신다. “어머 잘했네?” “아랫집 아줌마랑 동네 분들이 도와주셨어”하고 말하니 “그래? 너무 고맙다”하고 말씀하셨다.


엄마는 그 후로 고무장갑을 하나를 들고 온동네 김장을 도와주러 다니셨다. 엄마는 한 집이 끝나면 배추 한포기씩을 얻어 오셨다.


“먹어보라고 주셨어.어. 이거는 00네 김치야" 아빠는 매일 저녁 다른 김치를 먹어보며 "이럴거면 우리는 김장을 안해도 될뻔했네"하고 말씀하셔서 웃었다. 언니는 말했다 “동생아 이런게 품앗이란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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