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을 기억해야 한다

by 반성문

가슴 아프게 보고 싶던 아이들을 휴대전화 액정 속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그리움이 슬픔으로 변하던 그날. 그날을 기억해야 한다.

머리카락 자를 짬이 없어서 덥수룩한 머리로 지내다

큰맘 먹고 짬을 낸 그날. 화창한 가을 햇살과 그 공기

그 자유라는 공기의 향기를 기억해야 한다.

한 달 넘게 병원에 있다가 퇴원한 날 다시 열이 나서 또 짐을 싸고 올라가야 했던 그날. 그날의 절박함과 한숨을 기억해야 한다.

열흘이 넘도록 잡히지 않는 열 때문에 기도로 밤을 새웠건만 배신당한 그날의 기도. 그날을 기억해야 한다.

도뇨와 배변을 위해 달려야 했던 그날을 기억해야 한다.

잠잘 데가 없어 병원 엘리베이터를 타고 각층 휴게실을 기웃거렸던 그날을 기억해야 한다.

지하 기도실에서 엎드려 날을 밝히던 그날을 기억해야 한다.

모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 삶이 얼마나 편한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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