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어느 날 밤, 집으로 돌아온 남편이 인형 뽑기 기계에서 뽑았다는 드론 상자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뽑기 기계에서 작은 인형 하나만 뽑아도 기분 좋을 일인데, 무려 첨단 장비인 드론을 낚은 것이니 그 기분을 짐작할만했다.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도 뽑기를 하고, 거기서 뽑았다는 물건을 들고 그렇게까지 환하게 웃으니, 드론이 신기한 것보다 아이 같은 순수한 아빠의 모습이 우리 가족을 더 웃게 만들었다.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도 몇 번은 열어봤음직한 찌그러진 드론 상자 또한 남편의 기쁨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즈음 드론은 각종 매체에서도 자주 다뤄졌으며, 주변에서 띄우는 것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만큼 유행하고 있어 남편도 관심을 보이던 참이었다.
나와 딸들은 늦은 시간이라 졸리기도 했지만, 엄지 손가락을 일제히 세우고, 박수를 치며 호응해 주었다.
가족들의 호응에 기분이 더 좋아진 남편은 요즘 인형 뽑기 기계에는 별게 다 있다며 오늘의 무용담을 들려주었다.
인형 뽑기 기계는 집어서 들어 올리는 방식과 스틱으로 밀어내 떨어뜨리는 방식이 있는데, 라이터나 장난감, 헤드셋 같이, 갖고 싶은 고가의 상품들은 철망으로 둘러놓아 뽑기 더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남편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철망으로 둘러놓은 드론이었다.
도전하고 싶게 장치해 둔 판매자의 전략이 남편에게 통한 것이다.
짐작하건대 드론을 뽑기 위해 기계에 들어간 돈이면 더 좋은 드론을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실 나는 뽑기 기계에서 뽑아 온 드론이 너무 허술해 보였던 데다, 먹을 것도 아니고, 인형도 아닌 드론 같은 건 TV에서나 보면 충분할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앞으로 남편의 새로운 취미 생활은 드론이 될 것임을 예감할 수 있었다.그동안 새로운 취미를 가질때마다 보이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남편은 가족들 중 제일 호응 좋은 초등학생 막내딸에게 다음날 학교 운동장에 함께 띄우러 가자며 벌써부터 작동법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딸만 셋이라 온통 여자들 세상인 우리 집에서 아빠와 함께라면 어디든 좋다고 따라다니는 막내딸이 덩달아 신나서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설명을 듣고 있었다.
운동을 좋아하진 않아도 그동안 아빠와 함께하며 각종 스포츠를 접했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딸 아이는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남편은 당장 다음날부터 막내를 데리고 운동장으로 향했다. 따라나서는 딸도 아빠와의 외출 뒤에 항상 자신이 갖고 싶던 뭔가를 손에 들고 돌아오니 두 사람에게 드론은 꽤 괜찮은 기계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짧은 시간만에 돌아오는 남편에게서는 어딘가 모를 아쉬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저러다가 금방 흥미를 잃겠지 하고 모른 척 했다. 애들 장난감 같은 작은 드론에 만족할 사람이 아니란 걸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