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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 Jan 26. 2024

재작년 어머니 곁으로 가신 나의 아버지

찬 겨울 나는 새싹럼 난데없이 툭, 튀어나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봄이면 나물을 캐고, 가을이면 을 주워 주셨 당신.


고사리를 꺾고, 취나물, 머위대, 오이, 고추, 호박

손질하고 삶아, 기르고 말리고, 한가득 따서 안겨 주셨다.


내 손에 전할 때 풍겨오는 홀아비 땀 냄새를 들킬까,

건네는 손이 보이지 않게 돌아서던 나의 아버지.


당신이 떠나갔어도, 줄곧 그대로인 이곳에

그저 당신이 없고, 다시 시간은 흐르고, 나는 또 밥을 먹고, 웃는다.


한 사람의 일생이, 그리고 또 한 사람의 일생이

이제는 있었다가, 이제는 또 없다.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던 평범한 나의 아버지

자꾸만 이렇게 기억 속에서만 툭, 하고 튀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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