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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 Mar 29. 2024

시어머님의 충고



"너는 늙으면 엄청 고생것이다!"


언젠가 시어머님께서 내게 하신 말이다.

지금처럼 갑자기 떠오르는 저런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걱정해 주셨던 말이다.

신혼 때 일 년 정도 시어머님과 살면서 나눴던 대화의 반 이상은 남편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머님이 들려주시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당신의 막내아들이 어릴 때부터 얼마나 효자였는지, 얼마나 깎아 놓은 밤톨처럼 잘생겼는지에 관한 거였다.

어머님은 보통 사람보다 낮은 콧대가 콤플렉스였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를 낳으면 자신의 코를 닮을까 봐 그렇게도 코를 세워주려 틈만 나면 당신의 손으로 모양을 만들어 주셨다고 했다.

결과 4남 1녀인 어머님 자식들의 코가 한결같이 높다는 것이었다.

돌아가신 시아버님 사진이 없었다면 믿어버릴 수도 있을 만큼 질리지도 않으시고 매번 진지하게 말씀하셨다.

나는 때마다 어머님께 정말 잘하셨다고 우리 친정 엄마도 그 방법을 진작 알았다면 좋았을 걸 그랬다고 맞장구를 쳐드며 웃 했다.

아버님을 닮아 마루 끝에 함께 앉아 시원한 동치미 국물 들이켜는 걸 좋아했다는 이야기와 세상에서 울 엄마가 제일 예쁘다 큰소리치고 다녔다는 남편의 어린 시절 이야기 머님과 나는 둘 다 질리지 않고 즐겨 했다.


런데  번은 즐겁던 이야기 끝에 당신의 막내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경운기를 몰며 농사일을 도왔다는 야기를 들려주시다가 내게 하신 말씀이 있었다.

갑자기 " 너는 늙어서 엄청 고생할 거다"라고 하시는 거였다.

당신의 막내아들은 어릴 때부터 농사일도 많이 하고  자전거며 오토바이에 태권도까지 하면서 팔 다리가 안 부러진 곳이 없는 것이다.

 성할 날 없었으니 나이 들면 아플 것이고, 내가 당신의 아들을 돌보고 챙길 것 같으니 앞으로 고생할 거라는 말씀이셨다. 


"휴, 어머님 막둥이는 제가 잘 챙길 테니 걱정 마세요."

"우리 막둥이 효자라 엄마 농사일 도와준다고 어릴 때부터 고생 많이 했다."

어느새 어머님의 목소리에 물기가 배어 나오 있었다.

부모님 마음은 그런가보다.

즐겁게 시작했던 이야기도 항상 당신이 고생 시키거나 미안했던 이야기로 끝이 나니 나는 또 마음이 짠해다.

그렇다고 그대로 지켜 볼 내가 아니다.

나름 애교 많은 막내며느리의 비장한  마디로 다시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 버린다.


"어머님, 그런데 막둥이 콧대를 어떻게 세워주신 거라고요?"


아이의 손까지 빌려 지어내야 했을 농사일 이제는 어머님의 손을 떠났다.

몇 년 전 뇌경색 후유증으로 거동을 못 하게 되신 어머님은 지금 요양병원에 계신다.

늘 날씨가 흐려서인지 며칠 후 뵈러 갈 어머니 생각 때문인지 건강하셨을 때처럼 도란도란 이야기하던 어머님과의 그 평범했던 날들이 유난히 더 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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