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냥이 Jan 01. 2024

나는 오늘 가장 빛난다.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반짝 빛나던 날을 기억하나요?     


반짝 빛나던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다. 강사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때는 강사 8년 차였던 2010년이었다.


서른한 살의 나는 아주 예쁘지도 않았고, 돈이 많지도 않았다. 하지만 일하는 나는 밝고 당당했다. 무엇이 나를 당당하고 매력 있는 여자로 만들었을까. 첫째가 6살, 둘째가 3살이던 워킹맘은 일을 하고, 살림을 하고, 아이들을 돌보려면 24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공부를 하려면 자는 시간을 줄여야 했다.


나를 성장시키는 일에는 시간과 노력. 미래를 위한 준비는 지루하고 불안하다. 당장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일에 매일 일정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노력의 끝에 성공이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일을 더 잘하기 위한 공부와 독서를 하려면 시간을 잘 쪼개어 사용해야 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고 난 뒤 2시간을 수업 준비에 썼다. 아이들이 잠들고 난 뒤 두 시간은 나를 성장시키는 영어공부와 시험 준비에 사용했다. 잠을 줄여야 했고, 나를 철저히 통제해야 했다. 친구를 만나거나 노래 자는 시간이 아까웠다. 나는 기꺼이 나와 사회를 단절시켰다.


둘째를 낳고 두 돌 까지는 일을 쉬었다. 첫째 때는 돌이 지나자마자 다시 일을 시작했는데, 조금 더 같이 있을 걸 후회되었다. 둘째 두 돌까지 2년의 시간 동안 책을 읽고 영어공부를 했다. 그리고 복귀한 학원에서 1년을 치열하게 보냈다. 그리고 재계약을 하지 않고 어학원으로 옮겼다.


1년 계약이 끝나갈 무렵 처음으로 강의를 시작했던 학원의 원장님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친한 원장님이 운영하는 어학원에서 부원장급 강사를 구한다는 것이었다.


출근 전 인수인계를 받던 날, 원장실에서 면담을 했다. 원장님은 파랗고 두꺼운 책을 한 권을 내 앞에 툭 내려놓으셨다. 이게 뭐지? 해커스 토익의 가장 마지막 단계 정규토플이었다. 특목고 준비를 하는 중 3 아이들의 교재였다.


'갑자기 토플이라니??'


원장님, 저 이거 안 해봤는데요??  눈이 동그래져서 뒤로 물러나는 나를 보며 원장님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한 말씀을 하셨다.


"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이 마법의 주문이었나 보다. 왠지 정말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돌아오는 길로 공부를 시작했다. 그날부터 매일 강의를 듣고, 토플용 단어를 외우고, 문제를 풀었다. 내가 수업할 정규, 베이직, 스타트 리딩 외에 리스팅, 라이팅, 그리고 기초 그래머까지 모든 강좌를 공부했다.


한 번 하면 끝장을 보는 나는 모든 내용이 궁금해졌다. 가장 쉬운 단계부터 정규과정까지 모든 교재를 주문하고 동시에 여러 강좌를 수강했다. 매일 8시간 근무하고 9시 퇴근이었다. 공부할 시간은 12시부터 새벽 3시까지 3시간 정도였다. 피곤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힘이 더 생기는 기분이었다.


매일의 공부가 기대되었고, 점점 여유가 생기는 수업 시간이 즐거웠다. 늘 방글방글 웃고 다니는 나에게 한 학생이 말했다. "벨라쌤. 쌤은 항상 행복해 보이는 것 같아요" 내가 그런가? 그 말이 며칠을 따라다니며 나를 하늘로 둥실 띄웠다. 행복한 벨라.. 그날부터 내 닉네임은 '해피벨라'가 되었다.




반짝이는 사람에겐 공통점이 있다.  자신에게 만족하고, 어디서든 당당하다. 여유가 있고, 행복한 모습을 유지한다. 내일 할 일을 기대하고, 앞으로 달라질 모습을 궁금해한다. '앞으로 일어날 바라는 일'을 다른 말로 '꿈'이고 한다.


5년 전 나에게 "꿈이 뭐예요?"라고 물었다면, 머릿속이 멍해졌을 것이다. 꿈이라... 근사한 대답을 하고 싶지만, 떠오르지 않았을 거다. '꿈'이 대체 뭘까?  '꿈'은 꼭 있어야 하는 걸까?


일, 놀기, 사랑을 잘하고 싶은 건 사람의 기본적인 욕망이다. 꿈이 뭐냐는 질문은 단지 일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무슨 일을 하고, 무엇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에 관한 인생 전반에 관한 고찰이다.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본성에 답하는 것이다.


올해 첫째 아이가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 생활이 너무 재미있다고 말하는 아이의 눈이 반짝인다. 25년 전 뒤늦은 사춘기를 겪으며 이리저리 흔들렸던 나와 다른 모습이 예쁘다. 스무 살의 나와 다른 모습에 안심하게 된다.


스무 살의 나는 우울했다. 꿈에 그리던 대학생이 되었는데, 이제부터 뭘 해야 할지 방향이 보이지 않았다. 대학 입학이 최종목표였던 나는 그 이후의 삶을 그려보지 않았다. 그저 부모님 눈치 보지 않고 TV를 맘껏 볼 수 있겠군 정도? 공부에 목적이 없으니 의욕이 없었다. 학교에 가지 않은 날들이 많아졌고, 입학할 때와는 전혀 다른 길로 빠졌다는 인지조차 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다.


만약, 나에게 구체적인 꿈이 있었다면 나의 대학 4년은 어땠을까? 졸업 후의 삶을 그려보고 나의 미래를 기대했다면? 나를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만들어 가는 오늘을 즐겁게 보냈을 것이다.


'꿈'은 먼 미래에 기대하는 내 모습이다. 바라는 모습에 닮아 가는 과정이다. 그 길은 지루하고, 외롭다. 씨를 뿌리는 것의 가치는 경험해 본 사람은 외로움을 즐길 줄 안다. 고독과 외로움 끝에 있을 성취를 믿기 때문이다. '꿈'이 있는 이들은 힘든 시간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성장의 고통을 즐긴다. 목표를 향해 하루하루를 나에게 투자하던 반짝 빛나던 나는 잠이 부족해도, 일이 끝나지 않아도 지칠 줄 몰랐다. 재미있었다.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하고 2년이 지났다. 요즘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이기양 대표는 결혼 안 했죠?"


결혼 보다 일을 선택한 혼자도 잘 사는 여자사람으로 보인다고 한다. 정말 혼자 살기도 하고, 가족보다 일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나의 모습이 잘 사는(행복한) 사람으로 보이는 건  꿈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나의 일과 삶을 즐길 줄 알고, 내일 아침이 기다려진다. 운명은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걸 안다.


내 운명을 내 손으로 만들 수 있고,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데 20년이 걸렸다. 나처럼 긴 시간 돌아오는 사람들이 없길 바란다. 뒤늦은 사춘기로 고민하는 워킹맘들이 다시 반짝이길 바란다. 자신의 삶을 즐기고, 내일이 궁금한 행복한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이 모든 바람이 나의 '꿈'이고 내가 일 하는 이유이다.


2019년 극심한 불안으로 시작된 '나의 두 번째'사춘기에 재미있는 일이 있다. 학원을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다시 일을 한다면 어떤 일을 할지 글로 적었었다.


1. 일을 위해 공부하는 직업일 것.

2.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이었으면 좋겠음.

3. 옷을 단정하게 (예쁘게) 입을 것.

4.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 ( 아마도 아이들 양육과 나의 쉼을 고려했던 것 같다.)

5. 영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일.



무심히 적었던 다섯 가지는 내가 바라는 내 모습, '나의 꿈'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나기 전에 나는 어느 고등학교 교단에 서 있었다.



누구든 다시 반짝일 수 있다. 마음먹고 시작하면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 눈을 감고 10년 뒤 근사한 나를 그려보자. 그 모습이 바로 당신을 성장시키고 반짝 빛내줄 '꿈'이다.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꿈이 있습니까?



당신은 반짝 빛나고 있습니까?









이전 06화 엄마의 마지막 선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