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말고 No-Go!

적정한 삶을 위해 하지 않을 일들 골라내기

by 꿈꾸는 냥이

'나는 혹시 성인 ADHD 가 아닐까?'


의심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게 된 것은 의외의 순간이었다. 대학원에 입학한 2020년 3월 코로나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입학식은 물론 교실 구경도 못한 채 줌을 이용한 수업으로 학기를 시작했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는 일이라면 자신 있었는데, 화면을 바라보며 하는 수업은 집중하기 어려웠다.

나는 수업 시간 내내, 사람들의 표정이나 움직임을 살펴보았다. 화면에 보이지 않는 내 책상 위엔 커피와, 간식과, 다른 책들, 그리고 스마트 폰이 놓였고, 수업 시간의 반은 다른 생각으로 보내게 되었다. 오잉?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이곳에 살게 된 지 20년이 되었는데, 집순이를 자청하다 다시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게 된 것은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얻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상대가 앞에 있는데도 연달아 하품을 하는 내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여러 일행과 함께 보내는 시간 중에도 종종 다른 생각에 빠져 들거나, 지루함을 느끼는 나는 매우 무례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집중하려고 눈을 크게 떠 보기도 하고, 리엑션을 크게 해 봐도 영혼 없는 방청객 같았다. 급기야 누군가에게 어수선하다는 말을 듣기에 이르렀다. 역시 사람들을 만나면 자기 통찰이 쉽다. (ㅠ.ㅠ)


ADHD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관심이 분산되는 것을 막아내는 것에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해야 할 일(Go)과 하지 않을 일(No-Go)중 보통 해야 할 일에 집중하며 주어진 일을 해내고 있는데, ADHD는 하지 않을 일에 관심을 쏟게 되면서 할 일에 방해를 받게 된다. 결국 중요한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거나 엉망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20년 전, 대학교 안에 있던 심리상담센터에서 지능검사를 한 일이 떠올랐다. 검사 결과를 확인하던 날, 상담사는 이런 결과지를 처음 본다며 결과지의 그래프를 보여주었다. 대체로 상위에 있었던 각 항목들 사이에 유독 한 가지 평균 이하에 위치하는 점 하나가 보였다. 아주 깊은 V자를 만들어낸 그 영역은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빠르게 인지하고 선택할 수 있느냐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림카드 안에서 잘못된 부분을 빠르게 찾아내는 검사가 유독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한참을 뒤적인 후에야 겨우겨우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킬 수 있었는데, 검사를 해주던 상담사의 표정이 오묘했다. 결과를 보니 나는 계속 이상한 곳을 찾아내고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 이 글을 쓰기 직전 나는 책을 읽고 있었고, 세바시 강연을 보던 중이었고, 해야 할 과제가 있지만, 이 얘기를 써볼까 하는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이미 브런치를 클릭하고 있었다. 써놓고 보니 정말 어수선...


오늘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두 가지가 있다. 1. 바인더 쓰기와 2. 할 일과 하지 않을 일 정하기이다. 기록하는 것에 게을러지면 일이 버겁게 느껴진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머릿속만 어지럽고 시작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번 주 스케줄을 정리했다. 마지막 기록이 6월이었다. 두 달의 공백은 비워 두고 오늘부터 다시 쓰기로 했다.


최근 많은 일들을 줄였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최소한의 일을 하고 있는데, 일하는 시간이 줄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고 있던 일의 개수가 줄었다는 뜻이다.


프리랜서 강사 4년 차가 되니 다양한 주제의 강의 의뢰가 들어온다. 3개월 전 학원을 시작하면서 학원 수업을 해야 하니 캠프식 강의를 할 수 없었다. 오전 강의만 할 수 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가의 주제가 몇 가지로 한정되었다.


강의 준비에 대한 부담이 줄면서 학원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머릿속이 정리되자 똑똑해진 기분까지 들었다. 살림할 시간이 생겼다. 마음의 짐처럼 가슴을 누르던 집안일 미루기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마음이 가벼워졌다. 만약 조금 더 단순해진다면 생활의 만족도가 더 올라갈 것이 분명했다.


이런 이유로 오늘 아침, 연휴의 마지막 날 나는 2. 하지 않을 일을 정하기로 했다. 하나는 학사를 하나 더 하는 것인데, 한국어를 전공해 볼까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 부분은 일단 보류이다. 내년 1학기에 다시 고민하는 걸로.


다른 하나는 진학상담센터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진로 교육을 하면서 진학을 더하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고민하고 있었다. 이 일을 잘하기 위해 공부할 것이 많고, 강의와 병행하려면 잠을 줄여야 한다. 내 나이와 현재 체력을 고려하면 득 보다 실이 많다. 진학은 학교에서 강의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단순하지만 만족하는 삶, 일과 사랑을 균형 있게 누리는 삶을 살아가겠다.


( 잘 찾아보면 No-Go 할 것들이 아마 10개쯤 더 나올 것 같다. 바쁘다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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