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계획은, 수정 가능하다.
결혼 적령기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적당한 나이가 되면 남녀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생각이 파괴되고 있다. 올해 통계청이 '2020년 혼인·이혼 통계'를 발표했다. 혼인 건수는 21만3500건으로 1년 전보다 10.7%, 2만6000건 줄었다.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제 결혼은 더 이상 필수가 아니다. 개인의 선택이다.
결혼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청년층 뿐 아니라 청소년에서도 나타난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 5072가구의 만 9~24세 청소년 7170명과 주양육자 4808명을 대상으로 ‘2020년 청소년종합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3~24세 청소년 10명 중 4명만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결혼을 하더라도 반드시 아이를 가질 필요는 없다’는 응답도 60.3%에 달했다. 이 수치는 3년 전(46.1%)보다 대폭 증가한 수치다. 청소년들의 결혼관이나 희망하는 자녀수가 변화한 요인으로 청년 실업, 여성의 경력단절, 자녀 양육 부담, 주택문제 등 여러 사회 문제가 꼽힌다.
결혼은 여성과 남성 모두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특히 출산은 한 가정의 가장 큰 이슈다. 이때 출산을 담당하게 되는 여성은 일정 기간 경력 공백기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여성이 결혼을 늦추거나 비혼을 결심하게 되는 요인 중 결혼과 출산에 의한 경력 단절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결혼 여성의 20프로는 경력단절을 경험한다. 가장 큰 이유는 육아문제다. 작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여성의 경력단절 사유는 육아(42.5%), 결혼(27.5%), 임신·출산(21.3%) 순이다. 육아와 임신·출산이 여성의 채용과 고용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경력과 출산 시소 중심에서 결혼을 고민할 수 밖에 없다.
20년 전에도 스물다섯의 결혼은 이른 편이었다. 1년 휴학 기간이 있었으니, 졸업 후 바로 한 결혼이다. 서른이 넘어갈 무렵부턴 바쁘게 결혼식을 다닌 기억이 난다. 서른이라는 나이는 결혼 적령기의 여성들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어떤 날은 결혼식 두 곳을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가야 할 정도였다.
이른 나이의 결혼으로 20대 후반기를 출산과 육아로 보내야 했다. 덕분에 서른 살 이후로 경력 단절 없이 일을 할 수 있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을 이르는 말 ‘워킹맘(working mom)’.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린이집 같은 보육시설에서 종일 엄마를 기다릴 아이들을 생각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갈등이 생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퇴근 시간이 늦은 강사라는 직업은 아이들의 하원 후 육아를 담당할 조력자가 필요했다. 나는 다행이 시댁의 도움으로 일을 계속 할 수 있었다. 밤 9시 반 퇴근하고 시댁에 들러 아이들을 챙겨 집에 오면 밤 10시다. 종일 엄마를 기다린 아이들은 바로 자려고 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씻기고 나면 책과 장난감을 가지고 온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잘 준비를 하려고 하면 어느새 밤 12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다. 난 늘 잠이 부족했다.
내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피곤한 몸에도 일을 계속했다. 그 힘의 원천은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아이들에 미안한 마음이 커져 잠시 일을 쉬어 보려 한 적이 있다. 아이들과 온전히 집중하고 보내는 시간은 행복하다. 쫓기지 않고 보내는 하루가 여유롭다. 시계를 보지 않고 느긋하게 쉬는 시간은 딱 한 달 정도만 즐겁다. 한 달이 지나고 나면 불안이 시작된다. 뒤로 걷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영국 동화작가 루이스 캐럴(Lewis Carrol)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던 한 장면 같았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이 앨리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지금보다 2배의 속도로 계속 달려야 해.
이 왕국에서는 그냥 달리기만 하면 남들에게 뒤쳐질 수 밖에 없으니까.”
이렇게 쉬고 있다가는 내가 하고 있는 강사라는 직업에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퇴보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할 수는 없는 것일까 고민했다. 이 모든 것이 계획을 세우지 않고 워킹맘으로 뛰어들었던 것이 문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시 일을 시작하려면 안정된 육아가 보장되어야 했다. 내 직업의 특성과 내 가정의 상황을 고려한 계획이 필요했던 것이다.
육아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워킹맘으로 활동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계획성이다. 경력단절이 걱정돼 출산이나 결혼 등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역량, 그리고 나를 둘러싼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밀한 나만의 계획을 세워보자. 당신은 반드시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결혼은 선택이다. 그리고 철저한 계획만 선행된다면 멋진 워킹맘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