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 26/Korean Dream
허황된 꿈은 잘못된 걸까?
유년기에 꿨던 꿈은 청년기에 꺾이고, 청년기에 바라던 희망은 30과 함께 꺾인다. 중년기에 접어들면 꿈보다는 현실을 바라보게 된다. 도전보다는 안전이 편안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먹여 살릴 가족이 생기고 생각이 변화하면서 그렇게 된다.
이미 겪어본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살다 보니 결국 변한다' '나이가 들면서 현실과 타협하게 된다' 옳은 말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내 몸은 꿈을 위해 버텨주지 못한다. 마음도 달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반작용도 심하게 온다. 꿈을 놓쳐버렸을 때의 아픔이 너무나도 크게 다가온다. 그러니까 차라리 실망할 바엔 애초부터 꾸지 말라고들 한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우리는 처음부터 현실만 보고 지내야 할까?
재지팩트로서의 앨범인 <Lifes Like>로 화려하게 등장한 빈지노는 국내 힙합씬의 서태지 같은 존재다. 재작년에 새 앨범 <NOWITZKI>로 돌아온 그는 여태껏 굵직한 작업물을 남겨왔다. 그렇게 데뷔한 지 어느덧 10년째, 그는 자타공인 최정상에 앉아 있다. 그가 그 자리에 설 수 있었던 데에는 이 앨범의 공이 크다.
<24:26>는 빈지노의 24살부터 26살까지의 삶을 담은 EP다. 이때 빈지노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생으로서, 그리고 힙합씬에서 주목받는 루키로서 20대 초중반을 장식했다. 어찌 보면 벌써부터 창창하고도 밝은 미래를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사람들은 아마 걱정 같은 건 없겠지?' 몇몇 이들은 일상에 치여 살아가는 삶과는 동떨어져 있지 않을까 상상한다.
막상 그의 20대는 지극히 일상적이었다. 대학생 시절을 다사다난하게 보냈던, 그리고 희망찬 꿈을 품었던 한국의 흔한 학생의 일상이었다. 나이키 신발 신은 여성에게 끌리기도 하고, 밤새 죽어라 놀고 마신 적도 있고, 어장 관리 당하거나, 후덥지근한 여름의 풍경을 감상하면서도,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젊은 날의 꿈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최고의 래퍼를 꿈꿨던 열정을 가졌던 그는 잠까지 줄여가며 달려갔다. 달리지 않으면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그 스스로 생각했던 것 같다. '산 송장처럼 눕기 싫다'는 구절에 맞게 달린 삶을 누가 비웃을 수 있을 것인가.
음악 안에서 그는 자신의 목표와 지향하는 삶을 예술적으로 표현한다. 자신이 죽고 난 뒤에 어떻게 기억될지 바라면서도, 그렇게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러한 삶은 음악 안에 고스란히, 그리고 세련되게 담겼다.
내게도 마지막 호흡이 주어지겠지
마라톤이 끝나면 끈이 끊어지듯이
당연시 여겼던 아침 아홉 시의 해와
음악에 몰두하던 밤들로부터 Fade out
말보로와 함께 탄 내 20대의 생활
내 생에 마지막 여자와의 애정의 행각
책상 위에 놓인 1800원 짜리 펜과
내가 세상에 내놓은 내 노래가 가진 색깔
까지 모두 다 다시는 못 볼 것 같아
삶이란 게 좀 지겹긴 해도 좋은 건가 봐
엄마 Don't worry bout me ma
엄마 입장에서 아들의 죽음은 도둑 같겠지만
I'll be always in your heart 영원히
I'll be always in your heart 할머니
You don't have to miss me
난 이 노래 안에 있으니까
나의 목소리를 잊지 마
- <24:26>의 8번째 트랙 <If I die tomorrow>
비프리의 모든 음악은 용기로 귀결된다. 희망에 찬 커리어 초창기와 분노를 가감 없이 표출하던 2010년대 후반부터 2020년대 초반, 그리고 과감하게 내뱉는 현재까지. 그의 음악은 희망을 향해 나아갈 용기와 분노를 표출할 용기,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할 용기로 가득하다. 정규 3집 <Korean Dream>은 희망을 추구하는 초기의 비프리를 대표하는 명반이다.
코리안 드림, 이 단어를 보면 아메리칸 드림이 떠오른다. 아메리칸 드림이란 무엇일까? 기회의 땅 미국으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일궈 나갈 꿈, 그것이 바로 아메리칸 드림이다. 과거 매체에서 표현되는 미국은 그야말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었다. 광활한 초원과 목장이 펼쳐지고, 화려한 마천루가 빼곡하게 들어찼으며, 사람들은 결핍 없이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는 나라, 그곳이 바로 미국이었다.
희망은 언제나 아름답지만, 현실까지 아름답지는 않다. 미국만 가면 모든 게 해결되리라는 희망은 착각이다. 이민자이기에 심심찮은 멸시를 받을 터다. 수입이 생각만큼 신통치 않을지도 모른다. 시시각각 마약과 총알의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희망은 도전하는 이들의 특권이지 않은가. 희망은 막연하고 이상주의적이지만 사람들에게 용기를 준다. 부딪히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꿈과 희망을 위해 끝까지 달릴 수 있다.
비프리는 하와이에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국에서 코리안 드림을 품었다. 그는 화려하지 않지만 유연한 랩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그럼에도 따뜻하고 희망적인 비트는 그의 마음가짐을 대변해 준다.
당시 그의 현실은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지탱해야 할 가족과 친구들이 있었지만 생각만큼 돈이 넉넉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희망을 가지고 나아갔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아마, 마지막까지 달릴 것이다.
이 앨범이 나온 지 어느덧 11년이 넘었다. 비프리의 주위와 음악은 그만큼 크게 변했다. 그러나 그의 용기와 꿈은 지금도 여전하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변화, 혼란 속에 찾는 작는 평화
너무 오래된 생각의 전환. 나의 실수 통해 나는 성장
나의 모든 경험, 나의 영감. 나의 삶이 영화라면 명작
나는 전설에 남을 전사. 너도 지금 너가 가진 불을 켜봐
- <Korean Dream>의 5번 트랙 <불타> -
다들 꿈을 목전에 두고 좌절하거나 접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필자 또한 그러했으니 말이다.
처음으로 다른 길을 선택했을 때, 아니면 현실을 택했을 때, 분명 마음은 쓰라리다. 본인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에 휩싸이고, 패배주의에 깊이 빠지게 되리라. 그 반동에서 현실적인 마음가짐이 온다. 그리고 악화되면, 남의 꿈을 비웃는 길까지 나아간다.
하지만 그 누구도 타인의 꿈을 비웃을 자격은 없다. 제아무리 허무맹랑한 꿈이라도 열심히 뛰어간다면 무언가를 잡을 수 있으니까. 더 높이 오를 수 있으니까. 이것이 오직 인간만이 가지는 가치이자 힘이다.
꿈을 꾸기 때문에, 우리는 인간이라 불릴 자격이 있다.
추천곡:
<24 : 26>
Nike Shoes (Feat. Dynamic Duo)
진절머리 (Feat. Okasian, Dok2)
Boogie On & On
Aqua Man
Summer Madness
If I die tomorrow
Always Awake
<Korean Dream>
Intro
Good Year
Hot Summer
불타 (feat. Cokejazz)
느껴 (feat. Keith Ape)
막지 못해
It Ain't Easy(Korean Dream) (feat. JINBO the SuperFreak)
* 글쓴이의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되었습니다.
* 볼드체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해당 앨범 최고의 곡입니다.
* 요새 바쁜 일이 있어서 좀 많이 늦게 올렸습니다. 기다리셨다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