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달이의 추억^^

by 홍승표

세상에는 많은 스포츠 종목이 있습니다. 여럿이 하는 종목도 있고 혼자서 하는 종목도 있지요. 그중 인생살이와 같은 종목이 바로 마라톤이 아닐까 합니다. 세상사는 일이 장거리 경주 같다는 것이지요. 그만큼 어려운 종목이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사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일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지요. 마라톤을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초극한 운동이라고도 합니다. 실제로 풀코스를 한번 완주하면 적어도 몇 달은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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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일을 마흔 번 넘게 해낸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지요.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마라토너로서는 팔순격인 불혹의 나이에 마흔 한 번째 완주에 대한 격려와 사랑의 마음이 담긴 것이지요. 이봉주 선수는 마라토너로서의 신체조건은 최악이라고 합니다. 오른 발 길이가 왼발보다 짧은 짝발에 평발이지요. 이러한 최악의 조건을 극복하고 그는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많은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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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영웅은 바로 손기정 선수였지요. 손기정 선수처럼 되겠다는 마음 하나로 달리고 또 달렸다고 합니다. 손기정 선수가 아플 때는 예고도 없이 병문안을 가기도 했지요. 그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하지 못한 것은 평생의 한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다른 선수들이 이루지 못한 또 다른 성취가 있지요. 마흔 한 번의 마라톤 완주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는 한 번의 완주를 위해 4000㎞의 연습량을 소화했지요. 20년 동안 달린 길이가 지구를 4바퀴나 돈 것과 같은 거리이니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것도 최악의 신체조건을 극복하고 이뤄낸 것이니 바로 인간승리 그 자체인 셈이지요.


우리나라 마라톤 영웅은 손기정, 황영조, 이봉주 세 사람으로 대변됩니다. 손기정 선수는 일제 강점기에 억눌려 살던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지요.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일본 선수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황영조 선수는 하루아침에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습니다. 이봉주 선수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의 국민 영웅이라는 생각이지요. 그것은 두 선수가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낸 선수이고 20년을 한 결 같이 달리고 또 달려온 진정한 마라토너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늘 겸손했고 수줍은 모습으로 우리들 곁에 있었고 우리들의 친근한 이웃이었지요. 사람들은 그를 봉달이라는 애칭과 함께 국민마라토너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만큼 그에 대한 사랑의 마음에 진정성이 담겨있는 것이지요. 그것은 손기정 선수나 황영조 선수가 가져보지 못한 소중한 사랑이자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일등을 좋아하지요.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일등주의에 물든 사람들도 없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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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상에는 일등만이 있는 것은 아니지요. 때로는 일등보다 빛나는 가치도 있습니다. 이봉주 선수처럼 20년 동안이나 한 나라를 대표해서 달린 마라토너는 없지요. 이봉주 선수의 인생이 빛나는 이유입니다. 그는 마라톤이 땀을 흘린 만큼의 결과가 나오고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혼자 할 수 있고 반칙도 없는 정직한 운동이라고도 했지요. 그가 희귀병으로 오랫동안 고생하다가 불굴의 의지로 다시 일어나 달리기 시작했지요. ‘유 퀴즈’라는 TV프로에 출연해 그동안의 애환을 들려주고 ‘나는 문제없어’라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 세상 위엔 내가 있고 나를 사랑해 주는 나의 사람들과 나의 길을 가고 싶어~”


그가 즐겨 부르는 노래처럼 많이 외롭고 힘들어도 결코 넘어지지 않는 그런 삶이 이어지기를 간절히 소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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