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의 치맥회동^^

by 홍승표

천년의 고도,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가 막을 내렸습니다. 한미, 한중, 한일 정상회담과 이들 정상에게 선물한 무궁화 대훈장과 금관, 바둑판과 나전칠기, 김과 화장품이 화제였지요. 또 다른 장외회동이 세간의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바로 재산 257조 세계 최고 갑부인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치 맥 회동’이었지요. 15년 만에 APEC CEO 서밋 참석 차, 우리나라에 온 젠슨 황 CEO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만남이었습니다. 이들은 깐부 치킨에서 치킨과 맥주를 먹고 담소를 즐기며 함께 지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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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차림으로 만난 이들은 치킨과 생맥주 세 잔을 시켜놓고 ‘러브 샷'도 하며 오랜 친구처럼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황 CEO가 옆 테이블의 '소맥(소주+맥주)'에 관심을 보이자 이 회장이 설명을 해주고 폭탄주도 만들어 마셨지요. 황 CEO는 회동 이후, 서울 코엑스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 특별연사로 한국기업들과의 협력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치 맥 회동’이 엔비디아, 삼성전자, 현대차그룹의 반도체와 AI관련동맹을 결속시키는 계기가 된 것이지요.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치킨 집에서의 만남이 평범함을 넘어 세계적 화제와 성과를 거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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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고향엔 치킨을 파는 곳이 없었지요. 집에 놀러 온 이종사촌 형이 왜 통닭집이 없냐고 했는데 본 적도 없으니 통닭이 뭔지도 몰랐습니다. 고향의 면사무소에서 면서기로 일할 때, 토요일은 오전 근무였습니다. 어느 토요일 오후, 계장이 서울엘 가자고 잡아끌었지요. 서울의 마장동 시외버스 터미널에 계장친구 한 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의 자가용에 타고 종로로 향하는데 계장이 뭘 먹고 싶으냐고 묻더군요. 주저 없이 통닭을 말했더니 좋은 게 많은데 하필 통닭이냐고 반문했습니다. 제 바람대로 통닭집엘 갔지요. 오랜 소원을 풀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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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을 통째로 기름에 튀긴 통닭은 환상적이었지요. 시원한 맥주 한잔을 곁들이니 날아갈 듯했습니다. 저녁을 먹어야하니 그만 먹자 했지만, 저녁을 안 먹을 테니 한 마리 더 시켜달라고 졸랐지요. 추가로 시킨 통닭을 거의 혼자 다 먹어 치웠습니다. 잘 먹는 게 좋아 보였는지 계장 친구는 통닭 정도는 얼마든지 사줄 수 있다며 웃었지요. 그는 청계천 상가에서 공구가게를 차려 많은 돈을 벌었다고 했습니다. 통닭 맛을 잊을 수 없던 저는 그 이후, 두어 달에 한 번씩 서울에 가곤 했지요. 계장 친구 분을 만나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통닭집을 향하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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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도 통닭을 좋아했습니다. 명칭이 바뀌었지요. 1980년대, 수원으로 이사했을 때만 해도 튀긴 닭은 통칭 ‘통닭’이었는데, 1990년대 들어 ‘치킨’이란 명칭이 생겼습니다. 본래 통닭은 ‘자르지 않고 통째로 튀긴 닭’이지요. 치킨도 본래 해석이라면 그냥 닭이지만 통닭과 달리 닭을 조각으로 튀긴 것입니다. 요즘에는 통닭을 포함해 모두 치킨으로 통하지요. 아들 덕에 저도 통닭에서 치킨으로 입맛이 길들었고 맥주를 곁들이면 더없이 좋았습니다. 아들입대 후, ‘치 맥’(치킨+맥주) 얘기를 꺼냈다가 “아들은 군대가 고생하는데 그게 먹고 싶으냐?” 핀잔을 듣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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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한직업’이후, 수원의 통닭거리는 관광명소가 되었고, 매년 열리는 대구 ‘치 맥’ 페스티벌엔 100만 넘는 내, 외국인이 찾아듭니다. 치킨의 성지가 된 거지요. 양념치킨을 세계최초로 개발한 주인공도 대구사람 윤종계입니다. 젠슨 황의 ‘치 맥 회동’이후, 이 ‘깐부 치킨’매장은 ‘기(氣)충전 성지’가 되었습니다. 관광객의 필수코스가 된 것이지요. 치킨브랜드 주가가 오르고 매장마다 인산인해입니다. 세계최고 기업회장 셋이 가진 ‘치 맥 회동’이 브랜드홍보와 가치를 높여준 것이지요. 우리 치킨브랜드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날이 멀지 않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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