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팅맨’과 ‘연강 갤러리’

by 홍승표

북녘 땅과 맞닿은 연천은 선사시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인류가 정착한 곳입니다. 연천 땅 임진강변 언덕에 자리 잡은 사람들은 이곳에서 농토를 일구고 사냥을 하면서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살았지요. 이곳에 처음으로 보금자리를 만들고 지내온 사람들이 길을 만들었으니 우리나라의 모든 길은 이곳에서 시작됐다 볼 수 있지요. 지도에서 봐도 연천은 한반도의 중심입니다. 임진강 절경을 바라보면서 이 지역을 볼 수 있는 한 폭의 동양화 같은 길이 생겨났는데, 그곳이 ‘연강 나룻 길’입니다.

연강(漣江)은 연천을 흐르는 임진강의 옛 이름입니다. 연강 나룻 길은 지난날 선사시대를 살았던 조상의 흔적을 고증을 통해 복원한 것이지요. 임진강변의 연강 나룻 길은 오랜 세월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아 생태환경이 잘 보존돼 있습니다. 경치가 빼어나게 아름다워서 눈이 먼 이도 눈을 떴다는 ‘개안(開眼)마루’는 겸재 정선의 그림으로 잘 알려진 곳입니다. 이곳은 희귀 동식물이 번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입니다. 두루미 서식지가 있고, 수많은 물고기가 은비늘을 번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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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안마루에서 가장 높은 곳이 옥녀봉이지요. 이곳에 명물이 탄생했습니다. 유영호 작가가 만든 인사하는 사람, ‘그리팅맨(Greeting Man)’입니다. 그리팅맨은 세계 곳곳에 세워져 있고 우리나라에도 몇 곳 설치돼 있는데, 연천 옥녀봉의 그리팅맨은 다른 곳보다 훨씬 큰 것이 특징이지요. 높이가 10m에 이릅니다. 옥녀봉 그리팅맨이 인사하는 방향은 북녘입니다. 단순한 조각품이 아니라 자유와 평화, 화해와 통일의 상징물이지요. 오랜 세월 평화통일을 열망해온 마음을 담은 것인데, 인사는 겸손, 화해, 평화를 뜻한다고 합니다.


연강 나룻 길과 이어진, ‘태풍전망대’ 오르는 길목에 아담한 미술 전시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연강 갤러리’입니다. ‘횡산리 안보교육관’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인데, 정전 이후 DMZ 내에 건립한 최초의 문화공간입니다. 이곳에서는 연천의 빼어난 자연환경을 예술과 접목한 한성필 작가의 대형 파사드(Facade)와 전시된 사진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임진강 물고기와 두루미를 미디어를 통해 체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 체험장’이 있고, 특산품 판매장과 휴게 공간인 ‘카페테리아’도 갖추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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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의 발자취가 살아 숨 쉬는 곳, 한반도 절단선의 경계이자 아름다운 물의 고장인 최북단 연천이 거듭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길의 출발점이자 한반도의 중심인 곳에 ‘평화누리길’과 연강 나룻 길을 만들고, 그리팅맨과 연강 갤러리를 탄생하게 한 시도는 환영받아 마땅합니다. 단순한 문화·예술·관광 차원을 넘어 한반도의 인위적 경계가 무의미함을 일깨워주기 때문이죠. 변화하는 연천의 모습에서 새로운 꿈과 희망이 엿보입니다.


북한과 냉전 분위기가 계속되는 한 연천은 어려움 속에 지낼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이가 꽤 많지요. 사실입니다.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오랜 세월 역차별을 당했고, 주민보다 군인이 더 많은 곳이 바로 연천입니다. 그렇다고 그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북한의 포격 도발로 곤혹을 치른 DMZ 안에 그리팅맨을 세우고 갤러리를 만든 것은 희망을 쏘아 올린 일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이 안보와 통일의 길목인 연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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