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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라망카 Nov 22. 2022

고양이를 거부하는 몸뚱이

남자 친구(아직 결혼 전이니까)는 나와 만나기 전에 고양이를 세 마리나 키우고 있던 캣 러버였다. 그중 '빅토리'라 부르는 흰 고양이는 6년간 혼자 키워왔었고 빅토리 전에는 '볼트'라 부르던 검은색 강아지를 키웠다고 했다. 또 그전에는 '우유'라는 흰 강아지를 키웠었다고.


나는 몇 년 전 갑자기 고양이 알레르기가 생겨서 고양이를 쓰다듬는 순간 가렵기 시작하는 몸뚱이를 가졌다. 나도 사실 고양이를 정말 좋아하지만 만지기만 하면 아프기 때문에 멀리하게 되었다.


처음 사귀기 시작하고 빅토리를 키우던 오빠 집에 잠깐 놀러 왔던 날, 빅토리를 만지지도 않았는데 30분 만에 알레르기가 일어나 바로 약국으로 뛰어가서 알레르기 약을 사 먹었다.


눈과 얼굴 피부가 시뻘겋게 될 때까지 벅벅 긁고 있는 나를 본 남자 친구는 그 당시 키우던 고양이 두 마리는 원래 주인에게 보냈고(오빠가 임시 보호를 하고 있던 터였다) 빅토리는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오빠 부모님께 보냈다.  

하지만 빅토리는 사랑이지


오빠 집에 들어오고 나서 빅토리를 우리 집에 데리고 온 적은 없었는데 어제저녁 회식하는 오빠를 대신해서 빅토리를 미용시킬 사람이 없어 내가 데리고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


아침에 오빠가 빅토리를 본가에서 데려오고 하루 종일 나와 있다가 저녁에 내가 미용시키고,

그다음 날 아침에 털을 박박 깎아 닭백숙이 된(토리야 미안) 빅토리를 본가에 데려다주게 되었다.


내가 오빠 집에 들어오고 처음으로 빅토리를 오빠 집으로 데리고 왔던 날이었다.


다음 날 아침 빅토리를 본가로 보내고 온 오빠가 하는 말,

나 하루 동안 너무 행복했어.


아니 ㅋㅋ

빅토리 하루 데려와서 집에 같이 있었던 게 그렇게 '행복하기'까지 할 일인가?

'행복'씩이나?!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반려묘를 나 때문에 본가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오빠의 마음이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사실 빅토리를 보낼 때 나한테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얼마나 슬펐을꼬.


간혹 한 번씩 빅토리 데리고 와서 같이 자기로...(나는 알레르기 약 먹고)


남자 친구의 동물모양 넥타이 컬랙션

남자친구는 그냥 모든 동물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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