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싼 게 무조건 좋은 건가?

내 소비습관에 대한 고찰

by 살라망카
나는야 짠순이...


고2 때 아빠의 투자 실패로 우리 가족은 살던 집을 팔고 월세살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이후로 줄곧 제 삶의 목표는 우리 집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80%를 적금에 들이부으며 악착같이 돈을 모았습니다. 입사 4년이 안돼서 1억을 모아서 부모님께 드렸으니 얼마나 짠순이로 살았는지는 말 안 해도 비디오죠.


대기업 다녀도, 거지처럼 살아야 돈이 모입니다


대기업 다닌다고 돈이 잘 모이는 건 절대 아닙니다. 신용카드 없이 체크카드만 썼는데, 보험이니 적금이니 축의금이니 다 빠져나가면 항상 잔고가 0에 수렴했습니다. 회사 사람들이랑 저녁에 치킨 먹으러 가서 "이번엔 제가 쏠게요!" 하고 통장 잔고 확인도 안 해보고 카드 긁었다가 잔고가 없어서 결제가 안된 적도 많았어요. 참 창피할 정도로 궁상맞게 살았네요.


30대 중반으로 가고 있는데 제대로 된 옷, 가방 하나 없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뭐 얼마 전까지 유학까지 다녀왔으니(이런 짠순이가 어째 유학은 또 했습니다) 딱히 좋은 옷이나 가방이 필요했던 건 아니니까 살 이유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가 지금껏 고수해왔던 소비 습관이 '이왕이면 싼 것'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보니까 질이 좋은 어떤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가장 질 좋은 것은.. 지금 제가 두드리며 글을 쓰고 있는 맥북...? 딱 하나입니다.


Pinterest
이제 비싸도 질 좋은 것 좀 사자

이제는 하나를 사도 좋은 것, 비싼 것을 사는 것이 돈 낭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제가 싸다고 샀던 것들이 1-2년만 지나도 못쓸 정도로 망가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이 나이가 되었는데도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 입고 나갈 옷, 구두, 가방이 없는 걸 보니 그동안 나도 소비를 안 한 것이 아닌데 도대체 무엇을 사고 버렸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이제는 조금 비싸도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을 사고 싶습니다.


아끼고 아꼈던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던 때도 있었는데...


돈을 아끼고 모았던 경험은 앞으로 제가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경험이 될 테지만, 20대 때 소비를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그런 경험들은 하지 못했습니다. 아끼고 아꼈던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돈을 아끼느라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고급 요리를 즐기는 경험, 비싼 물건을 사서 써보는 경험, 고급 스포츠를 즐겨보는 경험 등으로 얻을 수 있는 교양은 갖추지 못한 셈이니까요.


제가 돈 버는 것에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제 분수에 맞게 소비를 하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무조건 싸다고 구매를 하려는 성향은 조금 경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일단, 돈을 벌어야 할 것 같군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전기세를 축내는 딸이 미국에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