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이 이야기도 미국 석사 중 미국인 룸메이트 3명과 같이 지내면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 친구들과 첫 학기를 살고 두 번째 학기가 되었을 때, 여전히 그들과 말은 거의 안 했지만 그래도 제 마음속에는 끈끈한 무엇인가가 생겼다고 생각했습니다. 몇 시에 자는지 일어나는지, 무슨 요일에 풀 수업인지, 밥을 언제 먹는지 뭘 먹는지 등 한 학기 동안 같이 살면서 서로의 생활 패턴을 잘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원래 베이킹을 좋아했는데 미국에는 베이킹 도구가 없어서 망설이다가 제 친구 니콜에게 베이킹용 핸드믹서를 빌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티라미수 케이크를 만들기로 하고 재료를 사서 만들게 되었죠. 총 3개를 만들었는데 2개는 학교 친구들에게 나눠주기로 하고 나머지 하나를 룸메들에게 줘야겠다 싶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아래와 같이 인스타 그룹 디엠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3일이 지나도 냉장고에 티라미수 케이크를 아무도 손대지 않는 겁니다.
제가 너무 토종 한국사람일까요. 그 친구들이 '맛있겠다!!'라고 반응했지, 먹겠다고 말한 건 아니니... 뭐 케이크에 손을 안대도 상관은 없지만. 만든 사람 성의를 생각해서 맛이라도 봐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은 너무 한국식 마인드인 것인지... 그들에게 호의를 베풀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그들이 원하는 호의가 아니었던 것인지.
먼저 다가갔다가 상처받고 한 발 물러서고.
케이크를 좋아하지 않는 것인지, 관심이 없었던 것인지 궁금했지만 결국 제대로 대화를 나누며 물어보지도 못했네요. 하지만 그 친구들의 '맛있겠다!!'는 반응에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았고 어떠한 기대를 했었나 봅니다. 이거 원 남자 친구 사귀는 것도 아니고 ㅋㅋ 혼자 짝사랑하나요. 미국식 리액션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사건이었습니다.
4일째에 결국 제가 그 케이크를 먹어버렸단.. 그런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