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박사를 지원할 때 풀 펀딩을 받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5년 간 공짜로 공부할 수 있다고? 와 미국은 돈 없어도 공부할 수 있구나.. 기회가 돈 없는 사람에게도 공평하게 주어지는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는 저의 흙수저 스토리 + 몸이 아팠던 것 + 회사에서 일했던 것들을 자기소개서에 녹여서 적었고 그게 잘 먹혀들어 6개의 대학에 합격까지 하였으니 가난해도 기회를 주는구나 했습니다. 미국 대학교 지원 과정에서 가난한 박사 지원자에게 그들의 잠재력을 보고 풀 펀딩을 지원해주는 미국 학위 시스템만 보고 듣고 미국에 왔던 것입니다.
(결론은 풀 펀딩 받으면 박사는 가능하지만, 석사는 장학금을 주는 경우가 거의 없고 등록금과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 외국인의 경우)
왜 아무도 알바를 안 하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룸메이트들은 모두 학부 3학년들이었는데 아무도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았고 다른 학부생들도 아르바이트를 거의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조금 의아했습니다. 당연히 알바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 앞에 가게나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생을 구하지 못해서 일할 사람이 없어 매장 운영시간을 단축하다고 써붙여 놓은 걸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과제나 시험이 진짜 많기는 하지만, 과제 싹 다 하고 드레스 업 해서 매주 파티를 가는 것 보면 사실 아르바이트할 시간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이렇게 큰 대학교가 앞에 떡하니 있는데
일할 사람 한 두 명을 못 구해서 가게 문을 일찍 닫는다니?
미국인 룸메이트 세 명 모두 3남매인 집에서 자랐습니다. 3명의 자녀들을 양육하고, 그 3명이 모두 대학교에 갔고, 각자 차도 1대씩 있으니 각 가정마다 자동차가 3-4대는 될 것이고.. 주립대학이라고는 하지만 내국인에게도 등록금이 비싼 편인데 그 등록금 + 생활비에, 알바를 하고 있지 않다면 다 부모님께 지원을 받고 있을 텐데..
이 정도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집은 미국에서 중산층은 될 것 같습니다. 제 룸메들만 봐도 마약이나 술 문제도 전혀 없었고, 가정교육도 잘 받은 친구들이었습니다. 부모님들과도 사이가 좋아서 주말마다 부모님들이 룸메들을 만나러 아파트로 오시거나, 룸메들의 오빠들도 자주 아파트로 놀러 오곤 했습니다.(심지어 거실에서 자고 감..)
우리 학교에는 특히 백인 학생이 많습니다. 비율이 90%는 넘어 보입니다. 거의 흑인이 없습니다. 그럼 그 많은 흑인 학생들은 어디로 간 걸까요? 다른 대학교에 간 걸까, 사실 그렇지도 않아 보입니다. 미국에서 이런 대학교에 자녀를 보낼 재력을 가진 흑인 가정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고, 이미 고등학교에서 부터 그런 친구들은 대학 입학을 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인종차별이 아니고, 누가 돈이 있느냐의 문제.. 그런 돈을 가진 사람 중에 백인의 비율이 높고 또 그들의 자녀들도 잘 교육을 받아 또 돈을 잘 벌게 되는 직업군을 차지하게 되고.
미국대학교는 교육기관이라기보다는 거대한 비즈니스 조직 같습니다
미국대학교에는 부모의 기부로 자녀가 입학할 수 있습니다. 건물 하나 지어 준다고 하면, 하버드, 예일 할 것 없이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또 부모나 형제가 그 대학교를 졸업했다면 그것도 가산점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큰 기업의 자녀가 그 대학교를 졸업하는 것 자체로 대학교 명성에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못해도 기부만 하면 아이비리그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가능하다니.. 한국에서 금수저 흙수저 말 많이 하지만... 미국만 할까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얼마나 좋은 대학교를 졸업했는지는 채용과정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심지어 학점도 잘 보지 않고. 이 학생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하니, 대학교 입학 후 인턴 등 경험 쌓고 취업 시장이 뛰어들기만 하면 직업 구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심지어 지금 미국은 일할 자리는 많은데 일할 사람이 없어 회사에서 대학교에 직접 와서 학생들을 모셔 가려는 취업 박람회도 많이 열리니 취업에 대한 걱정은 별로 하지 않는 친구들이 많습니다.(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일단 대학교만 졸업하면 그래도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출발선 상에 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는 정말 대학교 이름 상관없이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으니 그때부터는 공평하다고 봐도 될까요.. 어떤 대학이라도 일단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 + 4년 등록금 내면서 졸업하는 것, 이것 자체가 어려운 친구들이 많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제적인 문제, 혹은 다른 문제들로..
공평한 것 같기도 하지만 계층이 분명 나눠져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기회가 오픈된 것 같지만 폐쇄적입니다. 근본에 깔려 있는 것은 자본주의의 끝판왕이라는 점. 돈 있는 사람만 병원에 갈 수 있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죠..(병원 이야기는 다음에..)
아래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공감되어서 첨부해봅니다 :)
https://youtube.com/shorts/ZZCS0b887Q0?feature=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