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써도 되나 하고 생각을 몇 번 했던 이야기인데 오늘 학교 이메일함을 정리하다가(아직도 계정이 살아 있음) 또 와있길래 한번 적어봅니다.
2021년 8월에 학기가 시작하고 나서 위와 같은 이메일이 일주일에 적어도 4-5개가 오는 겁니다. 뭔가 싶어서 자세히 보니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성폭행 혹은 성희롱 사건에 대해 전체 학생에게 알리는 일종의 경보 메일 같았습니다.
저는 첫 학기에 수업에 적응도 못하고 있는데 이런 메일까지 쌓이고 있었으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제가 지내고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곳인지 통 모르겠더라고요.
더욱이 제가 사는 아파트에 같이 살던 룸메이트들의 남자 친구의 절친들까지(?) 들락날락거리고 있던 상황이라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걔네를 잘 모르니까요.
8월에 학기가 시작되면 둘째 주 까지는 과제가 터지지 전이라 학생들이 시간적 여유가 많습니다. 우리 한국에서도 개강파티 같은 걸 하듯이 미국애들도 학기 초에 파티를 정말 많이 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파티를 많이 하는 8-9월까지는 이런 이메일이 정말 일주일에 많을 때는 5번도 온 적이 있습니다. 그 후로는 좀 잠잠해졌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받았던 것 같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사건이 발생했고 어떻게 경찰이 신고를 받았는지까지 자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일면식이 있는 사람에게 당했는지 모르는 사람에게 당했는지도 알려줍니다.
성희롱인지 성폭행인지 정확하게 말해주곤 있지 않지만 여하튼 Sexual assault 임에는 틀림이 없죠.
신고 문화가 잘 발달되어 작은 일에도 신고를 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성관련 범죄가 일어나는 빈도가 한국보다 많은 것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둘 다 해당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무엇보다 저렇게 보고가 되어 이메일로 뿌려지는 사건들은 캠퍼스 내에서만 일어난 것에 국한되었습니다. 학교 밖에 훨씬 더 많은 아파트들이 있었고 매주 파티를 열었으니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났을 겁니다.
외국에서 산다는 것은 참 많은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안전에 대한 문제는 내가 조심하지 않는 이상 아무도 지켜주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