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

히포크라테스의 명언

by 런펀맨

나는 서울에서 회사를 다닌다. 한 번씩 출장 가는 일이 생긴다. 그럴 땐 지방으로 간다.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도 하고, 1박 2일 또는 2박 3일 다녀오기도 한다.


3주 전, 부산 출장일정이 잡혔다. 수서역에서 6시 50분경 출발하는 열차를 탔다. 2시간 반 정도 걸려 부산역에 도착했다.


부산역에서 덕천역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A회사 임직원들을 만났다. A회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현안을 설명하고 향후에 필요한 활동사항을 전달했다.


업무를 마치고 A회사 임직원 8명과 점심식사를 하러 갔다. 점심에는 미역국을 팔고 저녁에는 회를 파는 횟집이었다. 11시 30분쯤 방문했기에 미역국을 먹게 되었다.


미역국에는 소고기가 아닌 살이 통통한 생선이 들어가 있었다. 먹기 전부터 A회사 임직원들이 미역국 맛집이라고 소개했는데,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어보니 그 말에 공감되었다. 어머니께서 해주신 미역국을 제외하면, 정말 인생 미역국이라고 부를 만한 음식이었다.


미역국을 한 두 숟가락 먹는데, A회사 대표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바로 옆 직원을 바라보며)


"B과장, 혹시 이런 일본 속담 들어봤어요?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는 말."


건강식이면서 맛까지 좋은 미역국을 먹으며 다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런 거 같았다.


나는 4~5개월 전, 혈당 스파이크에 대한 책을 읽고 연속혈당측정기를 구입한 적이 있다. 왼팔 어깨와 팔꿈치 사이에 측정기를 꼽고 무선으로 연결된 스마트폰 앱으로 내 몸의 혈당을 2주간 실시간으로 측정했다.


밥이나 떡 같은 탄수화물을 먹으면 20분 후 혈당이 치솟고 샐러드를 먹으면 혈당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한 번은 오후 2시쯤 답례품으로 받은 떡을 3개 먹었는데, 혈당이 급격히 오르더니 브레인 포그가 발생했다.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대화할 때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멍한 상태가 상당 시간 지속됐다.


A회사 대표가 음식의 중요성을 설파할 때 진심으로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음식은 그날의 컨디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혈당을 체크하며 몸으로 겪었다. 누적되면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었다.


나는 그날 미역국 한 그릇 깨끗하게 비웠다. 밥 한공기도 함께.


※ (참고) 나중에 찾아보니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는 말은 일본 속담이 아니라 히포크라테스(고대 그리스 의사, 서양의학의 아버지)가 한 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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